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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l 30. 2021

독실한 '신앙인'이 되느냐,
갈라서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신앙심 깊은 애인 VS 신앙인은 싫다는 부모님 사이에서의 갈등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같은 마음을 확인한다면, 인생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되고 본능적으로 이끌려 그렇게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 중 가장 뛰어넘기 힘든 것이라 함은 ‘종교’가 아닐까 싶다. 이 땅을 넘어 세계 구석구석 종교로 인해 고민인 이들의 사례를 담아봤다. 사랑하는 사람인데, 종교란 정말 뛰어넘을 수 없는 문제인 걸까?


tvN <청춘기록>


최근 들어 30대 중반의 A는 고민이 많아졌다. 주변에서 ‘결혼 왜 안하냐’는 말을 듣던 A. 전문 자격증이 있어 근로의 압박으로부터 늘 조금씩 여유로웠고, 일찍 독립해 자취하며 알뜰히 모아, 작지만 집 한채도 샀다. 한 마디로 좋은 사람만 있다면, 언제든 결혼할 수 있는 이른 바 ‘준비된 남자’였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B를 만났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낸다는 B는 화려한 외모와 달리 내면은 순수한 아름다움과 따뜻한 마음씨를 겸비했다. 그런 B에게 마음이 간 건 우연이 아니었다.


신중하고 내향적 성격이라는 B의 마음을 얻어 조심스레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 지 어느덧 6개월. 그 사이 두 사람은 대화가 잘 통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같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B가 아주 ‘독실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본인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일요일 반나절 정도 각자 시간을 갖는 건데 크게 문제가 될까 싶었다. 그러던 A는 최근 일요일 취미생활이라는 이름 하에 여자친구와 함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큰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여자친구와 시간을 좀 더 오래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서로가 바라는 목표의 절충안은 같이 교회를 다니는 것 외엔 답이 없었다. 이에 교회에 함께 다니게 된 것도,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KBS2 <오케이 광자매>


문제는 A 부모님의 반대가 커졌다는 점이었다.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 부모님께선 분명 두팔 벌려 환영하셨다. 바라는 것 없이, 그냥 너가 좋은 사람이면 됐다는 말만 하셨던 분들이었다. 그러다 B가 신앙인이라는 말을 하자 대번에 태도가 냉랭해지신 것이다. 거기에 교회도 같이 다니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이후에는 상황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부모님의 반대가 잘 납득되지 않았다. 고작 일요일 오후, 예배를 드리는 것 뿐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친절하고 좋았다. 기쁜 일에 누구나 발 벗고 같이 기뻐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교회에 헌금을 내는 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 종종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여자친구가 헌금을 많이 내고 있고 본인이 잘 모르는 ‘십일조’라는 것도 꼬박꼬박 내는 것 같긴 했다.


그렇다고 해도 고작 이걸로 당신의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게 힘드시다니. 이건 본인의 순수한 선택이요, 의지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A도 묘하게 부모님 말씀을 듣고난 이후부턴 마음 속 조그마한 의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일요일 반나절은 누군가에겐 휴가와 바캉스를 갈 수도 있는 시간이다. 또한 본인에게 강요하지 않을 뿐이지만, B는 평일-새벽 예배도 참석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엔 커뮤니티 안에서 ‘교사’봉사도 겸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도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하셨다.


SBS <열혈사제>


아침마다 성경말씀을 메신저로 보내며 ‘기도하자’는 말이 어느새, 아주 묘하게 힘들어진게 A의 심정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B는 모자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느낀다. 본인에게 없는 점을 가졌고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여자친구를 A는 놓치고 싶지 않다. B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넌지시 꺼냈다. 맞다. 이미 B의 부모님은 자주 뵌지 오래다. 어느새 교회 안에서도 본인을 B와 진지한 사이라고 인식하는 듯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모님과 여자친구. 그리고 종교. 솔직한 마음 같아선 여자친구가 지금의 신실한 마음을 1%만 내려놔주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성경말씀’을 전달하며 이번 주말은 교회 비대면워크숍 준비로 바쁠 것 같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들으니,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A는 결심해야 한다. 본인이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든지, 혹은 헤어지는 길 중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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