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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29. 2021

신혼부부가 집안일로
싸우지 않는 법 3가지

생활습관이나 집안일로 배우자에게 지적을 받는다면 눈여겨보자

“자기야, 이리 좀 와봐”


화장실에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뭘까. 갑자기 심장이 쪼그라든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화장실로 가니, 굳은 얼굴로 긴 머리카락이 뱀처럼 휘감긴 빗을 들고 있다.


“머리 빗으면 머리카락 바로 빼라고 했잖아.”
“나도 노력하고 있어. 한 번 까먹은 거잖아.”
“자기는 내가 열 번 참고 한 번 이야기한다는 거 모르지?”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 우먼데일리


말이 곱게 나가지 않으니 돌아오는 말에도 날이 섰다. 하지만 사실이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걸. 요리와 청소를 잘 하고 부지런하다는 장점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 늘 선생님께 검사 받고 혼나는 학생이 된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을 줄은 몰랐다. 빗에 감긴 머리카락 뿐일까. 가사노동의 범위는 무궁무진한 것을.


가사노동. 살림을 꾸려나가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말한다. 흔히 집안일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공유하다 보면, 사람마다 깨끗함에 대한 정의나 더러움을 느끼는 감각, 집안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루틴 등이 달라 이로 인한 다툼이 생기게 된다. 연애 때는 파악이 어렵고 결혼을 하고서야 그 실체를 알게 되는 터라 신혼 초 다툼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 집안일 분담이다. 둘 다 깔끔한 편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차이가 많이 난다면 전쟁의 시작이다. 나 역시 결혼 전 함께 살 때부터 무수한 전쟁을 치렀다. 다행히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인 지금은 평화를 찾았다. 과연 어떻게 갈등을 해결했는지 경험과 나름의 비법을 공개해 보려고 한다. 참고로 이 글은 3대 이모님(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이 없는 2인 가정의 구성원, 그 중 ‘상대적으로 더러운 자’의 입장에서 쓰였다.


JTBC <런 온> 스틸컷


1. 본인의 상대적 더러움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노력하자


집안일로 싸우지 않기 위한 대전제이자 첫 단계는 더러운 자가 본인의 상대적 더러움을 인정하고, 깔끔한 자를 따라가기 위해 겸손한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결벽증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깨끗하게 정돈되고 쓰레기와 빨랫감과 사용한 그릇이 쌓이지 않은 환경이 살기에 보다 쾌적하고 안락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혼돈이 편한 사람도 있다. 퇴근하고 벗어 놓은 겉옷은 다음날 또 입을 테니 의자나 옷장 손잡이에 걸려있어도 상관 없고, 설거지는 하루쯤 묵혔다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이 쪽에 속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려면 일정 부분 내려놓고 상대와 맞춰야 한다. 상대를 지나치게 또는 불필요하게 부지런한 사람 취급하는 것으로는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며, 당연히 더 나은 사람을 기준으로 맞추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방법이다. 고로 이 대전제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편하게 혼자 사는 쪽을 추천한다.


2. 눈에 띄는 집안일은 바로바로 해결하자

다음으로 눈에 띈 집안일을 바로 해결하지 않는 건 상대에게 미루는 것과 똑같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집안일을 대신 처리해줄 사람은 없다. 오로지 단 둘이 사는 집이다. 내가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내일 내 배우자가 두 배로 해야 하고, 내가 오늘 세탁을 하지 않으면 내일 내 배우자가 더 많은 빨래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은근슬쩍 내 몫을 미뤄 상대에게 떠넘기면 내 몸은 편하겠지만, 배우자가 내 몫까지 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같은 맥락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둬’라는 말은 금지다. 집안일은 해치우지 않으면 절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더러운 자는 집안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잘 견디므로, 그대로 뒀다가는 며칠이고 쌓이게 된다. 결국은 그 꼴을 견디지 못하고 깨끗한 자가 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냥 두라고 말하는 마음 속에 “결국은 네가 하게 되겠지”라는 마음이 1g도 없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피곤하다거나 영 기분이 안 난다거나 다른 걸 먼저하고 싶다거나 하는 모종의 이유로 집안일을 미루고 싶다면,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설거지는 그냥 둬. 내가 좀 쉬고 나서 할게”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배우자에게 내 몫은 확실히 처리함을 어필하며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3. 상대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함께 움직이자


여기까지 마음가짐을 갖췄다면, 상대방이 움직일 때 무조건 함께 움직이는 것을 실천하자.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서 티비나 보고 싶은데, 깨끗한 쪽이 청소기를 잡았다면 괴롭겠지만 걸레라도 빨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면 나오는 설거지거리를 정리한다거나 반찬을 꺼내고 수저를 준비하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오거나 할 일은 무수히 많다. 매번 상대와 함께 움직여 일해도, 깨끗한 쪽은 더러운 쪽이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여러 일들을 처리하므로 결국 깨끗한 자가 더 일하게 된다. 그나마 비슷한 수준으로 집안일을 처리하고 싶다면, 상대가 움직일 때 반드시 함께 뭐라도 해야 한다. 상대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함께 움직이다 보면, 잘 몰랐던(그래서 상대가 해왔던) 집안일들도 더 보이게 된다.


누군가는 ‘가사노동의 외주화’로 집안일로 인한 싸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 인력을 부르거나, 일을 대신 해주는 가전을 들이는 것이다. 노동의 양을 줄여 주니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은 필요하다. 인력은 매일 매시간 상주하는 것이 아니며, 건조기는 스스로 빨래를 정리해 주지 않고, 식기세척기 속 그릇들이 알아서 수납장으로 이동하지 못하니까.


tvN <내일 그대와> 스틸컷


집안일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항목과 주기를 체크하며 분담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집안일은 그 특성상 너무 세세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다, 여러 변수들이 많아 공평한 분담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서운함이 생기기 마련이니, ‘최대한 내가 하는 것’이라는 자세로 접근하고 위의 세 가지 방법을 실천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늘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정상 집안일을 신경 쓰지 못하는 순간이 왔을 때에도 핑계 대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이해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가사 노동은 누구에게나 끔찍하게 귀찮고, 끊임없이 생겨나며, 해도 성취감이나 보상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헌신한 서로에게 열심히 감사를 표했으면 한다. “피곤해서 설거지 못했는데 해줬네. 고마워” “쓰레기 버려줬구나, 고마워” 하는 식이다. 보다 더러운 쪽은 나의 몫까지 더 수고하는 상대를 위해, 깨끗한 쪽은 편한 습관을 버리고 본인에게 맞추려 애쓰는 상대를 위해 잔소리 대신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는 것이다.


물론 10번의 말보다 1번의 행동이 더 중요하니 말만으로 때우려 하지 말 것.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다툼은 사라지고 집안일에 흐름이 생겨나서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를 비교적 적은 노동으로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러운 자(였던) 입장에서 말하는데, 늘 깨끗한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조금 부지런하고 깔끔해진 내 모습도 마음에 들고. 밑져야 본전이니, 혹시 배우자에게 생활습관이나 집안일로 지적을 받는다면 꼭 실천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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