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Oct 19. 2021

"내 남친 어때?"
남친 평가 바라는 친구에게 한 말

타인에게 내 사람에 대한 평가를 맡기지 말라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한 지인은 시시때때로 내게 연애상담을 해왔다. 남친이 자신에게 해준 것들이나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는 평가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일정을 마치고 우연히 그 지인의 남자친구가 합석해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평소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꼭 원래 알던 사람 같았다. 다음날 지인이 어김없이 물어왔다. 내 남자친구 어땠냐고.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스틸컷


만나기 전까지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잣대로 대충 이야기해줄 수 있었지만, 저녁 자리 이후에는 더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분위기나 행동, 말투 등 보여지는 것들로 그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나에게 자연스럽게 입력되었고, 내가 느낀 단편적인 것들로 그 사람을 이래저래 쉽게 평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 지도 못하면서 성급하게 판단하는 사람처럼 보여질 것이 우려됐다. 내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 지인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 자기 남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 남자와 결혼까지 생각한다고 했던 그 친구는 결국 그 이후로 1년이 안되어 헤어지고 말았다.

그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있는데, “정말 그 사람과 잘되고 결혼까지 가고 싶다면, 타인에게 평가를 맡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친구는 내 마지막 조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말이다.


주변 친구에게 수백 시간을 들여 내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그가 이 연애의 전체 맥락까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아무리 친해도 수백 시간동안이나 남의 남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도 오갈 수 밖에 없고 결국 조언이랍시고 돌아오는 이야기는 “니가 아까워, 헤어져"라는 말 뿐이다. 헤어지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 아무리 그를 사랑해도, 사람 마음이 뻔해서 어쩔 수 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보면 내 연애사를 시시콜콜 많이 이야기할 수록 주변 친구들은 귀찮은 마음에서라도 “헤어져"라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를 수록 친구들의 머리에 내 남자는 별볼일 없거나, 나쁜 사람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나중에 결혼까지 갔다면 머쓱해지는 건 나이고 피해자는 내 남자일 뿐이다. 결국 내 가족을 될 사람의 얼굴을 내 손으로 먹칠한 셈이 된다.


JTBC <멜로가 체질> 스틸컷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내 선택이 옳은지 평가를 맡기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이나 상대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머리 속에 연애관이나 결혼관이 확고하지 않을 때 더더욱 그럴 수 있다. 특히 결혼은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는 기회이자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결혼관은 꼭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하고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해야하며, 때론 타인의 조언도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다 차단하고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라는 말은 아니라는 소리다. 대신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신념이 흔들릴 때나 중대한 결정을 마침내 내려야할 때 믿을만한 지인이나 가족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얻는 것이 좋은 것 같다.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는 남자 친구

왜 제 남자친구한테 꼬리치세요? 라며 웨딩플래닝을 거부한 커플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할 때는 안 싸웠는데 결혼하고 자주 다투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