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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0. 2021

신혼부부에게 쏟아진
강아지 거취 문제

대형견 키우는 신혼부부의 고충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결혼식을 하고 3개월 만에 이사를 했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성인 둘이 19평 남짓한 아파트에서 29kg나 되는 대형견과 함께 살려니 공간이 비좁게 느껴진 것이 큰 이유였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은 싫다는 남편의 강경한 의견을 따라 우리의 다음 보금자리는 작은 마당이 딸린, 아담한 단독주택으로 정해졌다.


영화 <마음이2> 스틸컷


“그럼 이제 강아지는 밖에서 키우는 거야?”
이사를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장 동료가 물었다.
“아니요. 내내 집 안에서 지낸 애라 밖에서는 못 살아요.”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는데 왜 개를 안에서 키우느냐며, 자기는 털 날리는 짐승을 어떻게 집 안에서 끼고 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이 길게 이어졌다. ‘키워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저희는 잘 살고 있는데 왜 그러세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8년여 간의 사회생활 짬밥을 발휘해 눈웃음과 자리 피하기로 대신했다.


무사히 이사를 마친 후 가족들과 간단하게 치른 집들이에서도 강아지의 거취가 화두에 올랐다. 이전에는 "그 좁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키우냐"고 하시던 어머니가 "이제 내놔도 되지 않겠냐"고 은근슬쩍 한 마디 하신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시누이가 나서서 “잘 키우고 있는데 엄마가 왜 그러시냐”며 분위기를 무마해 주었다.


덩치가 큰 개는 으레 밖에서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마당이 있으면 응당 개의 자리는 그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결정한 것은 개를 집 밖에 두고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실 우리 개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강아지들이 집 안은 밥과 물을 먹고 잠자고 휴식하는 공간, 집 밖은 배변과 산책을 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구분한다. 우리 개는 함께 살기 시작하고 약 3개월 만에 집 안에서 전혀 배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집 안과 밖을 구분했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 왔는데 이사를 했다고 갑자기 인간들과 분리된 집 밖의 공간, 목줄이 허용하는 협소한 범위 내에서 살면서 모든 것을 해결하라고 할 수는 없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너 혼자 가족들과 떨어져서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애견카페나 운동장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잠시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 비바람 때문에 먼 곳으로 산책이 여의치 않을 때 잠깐 용변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당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내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가서 자꾸 침대로 침입하는 강아지에게서 생활 공간을 어느 정도 분리해 숙면을 되찾고 싶었다.


물론 이런 사정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으니,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개 사랑이 유별난 것처럼 취급해도 어쩔 방법이 없다. 밖에서 키울 계획은 없다고 적당히 얼버무리면, 보통 다음 단계로 이런 말이 날아 온다.


“너희도 아이 낳게 되면 강아지랑 같이 키우기 쉽지 않을 걸?”


영화 <마음이> 스틸컷


그래, SNS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아기와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공존은 동화 속 이야기나 다름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개라는 짐승이 원래 털도 많이 빠지고, 엉덩이를 핥던 혓바닥으로 사람도 막 핥고, 좋으면 펄쩍 뛰어 오르고 해서 위생상으로나 안전상으로나 아기와 함께 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정서적인 관심과 애정도 아기에게 집중될 확률이 높다.


대개 임신 중 입덧을 할 때 1차 위기가 오고,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강아지가 아기를 질투해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반대로 아기가 강아지를 괴롭히는 경우도 많고, 아기에게 알러지가 생기는 등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강아지와 아이를 함께 기르는 유명한 훈련사도 어린 아기와 개를 단둘만 두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할 정도다.


하지만 ‘쉽지 않고,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불가능하다’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물론 임신, 출산이라는 변수, 그로 인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이제껏 함께 살아온 강아지를 포기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아기가 생기면 강아지는 다른 데로 보내라는 말을 쉽게 하는 이유 역시, 그런 사례를 워낙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겠지 하고 이해는 된다.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컷


중요한 건, 이사든 임신과 출산이든 강아지와 함께 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지금 개와 함께 살고 있는 부부라는 것이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겪은 문제들도 주변의 걱정을 꽤나 샀지만 무수한 고민과 노력 끝에 결국은 해결됐었다.


갑자기 분리 불안이 와서 집에 두고 나가기만 하면 짖었던 것도, 방심하면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던 것도, 집에 있는 모든 플라스틱과 전선을 갉아 없애던 것도 말이다. 어떤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고, 어떤 것은 인간이 조금 불편을 감수했고, 어떤 것은 강아지가 교육을 잘 따라와 주어서 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됐다.


그러니 주변에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신혼부부가 있어 걱정이 되더라도, 애기를 낳으면 키우기 힘들어질 거라고 그들이 겪을 미래의 모습을 말해주고 싶어도 조금만 참는 건 어떨까. 아직 반려동물을 들이기 전이어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몰라도, 이미 키우고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아니 그래서, 얘를 어디로 보내라는 말씀이세요?”라는 말을 불쑥 뱉고 싶어진다. (가족인데 어떻게 보내냐는 그런 차원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29kg이나 나가는 성견이 지금의 환경과 큰 차이 없이 살 수 있는 어딘가가 과연 있을까?)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 대부분은 미래에 벌어질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이미 무진 걱정과 고민을 하면서 키우기로 결정한 사람들이다. 만약 별 고민없이 반려동물을 들인 경우라면 말을 해봤자 소용없고, 그런 말이 ‘남들도 다 그런다는데 .’라는 식으로 오히려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사용될지도 모른다. 여러 고충을 겪으면서도 스스로 선택한 생명과 행복하게 살아 보려고 노력하는 부부라면, 굳이 말로 짐을 더 지울 이유는 없다. 정 한마디 하고 싶다면 그저 고생이 많겠다는 위로나 힘내라는 격려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별 말 안해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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