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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13. 2021

연애할 때는 안 싸웠는데
결혼하고 자주 다투는 이유

9살 조카도 알고있는 다툼 후 '화해'의 중요성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을 알고 지낸 우리. 서로 너무 다른 성격으로 되려 부딪힐 곳이 없어 "너희도 싸우냐?"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도 당연히 싸운다. 무슨 일로 싸우는지 떠올려보면 작고 사소한 일들이라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다툰 뒤 화해까지의 과정은 늘 동일하다. 연애 때는 자주 안 싸웠던 것 같은데, 역시 연애와 결혼은 다른 걸까?


MBC <봄밤> 스틸컷


우리 부부의 주된 다툼의 원인은 남편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캠핑장’을 찾아가야 하는 데, 같은 이름의 ‘야영장’을 찾아간다거나 먹고 싶은 가게라고 해서 갔더니 그날은 휴무(네이버 지도에 눈에 띄게 적혀있음)라던가. 그릭 요거트를 만들려고 삶아둔 면포를 휴지조각인 줄 알고 버려버렸다던가. 빨래를 하다 넣어서는 안 될 옷을 건조기에 넣어버린다던가. 너무 작은 일들이라 생각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줄줄 생각나네. 그러니까 그는 왜 그렇게 늘 작은 실수를 하는 걸까?


남편은 설명서에 당구장 표시로 작게 쓰여있는 ‘※주의사항’은 읽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는 ‘※주의사항’에 대한 실수를 내 앞에서 하는거고. 나를 위한 호의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뭐라하기도 애매하고, 안 하기에는 속에서 화가 나는 일들이 싸움의 원인이다. 예전에는 예상할 수 있는 실수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면, 언제부턴가 어떤 말도 나오지 않고 ‘아, 또 그러네’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럼 남편은 잘못한 것이 있으니 잔뜩 풀이 죽은 채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남에게는 관대한 데, 남편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져 남편의 안위를 살피는 것으로 우리의 화해(?)가 시작된다.


"미안. 너무 속상해서. 괜찮아?"
"괜찮아."


자존심 때문인지 괜찮다고 하지만 목소리와 표정은 아니다.


"표정이 안 괜찮아 보여. 진짜 괜찮아?"
"... 응, 괜찮아."
"... 음, 그래!"


어쩔 수 없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대략 사태를 수습하고 방에 들어가 혼자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 보면, 남편은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표정으로 온다. 분명 아까 괜찮다고 했는데…? 이제는 내가 언짢아질 차례. 이제 싸움의 발단이 되었던 사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tvN <갯마을 차차차> 스틸컷


그렇게 몇 번을 서로 괜찮은지 묻고, 진짜 괜찮은 건지 확인하고 다시 서로 풀리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얼굴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난다. 웃고난 뒤에 우린 서로의 손을 잡는다.


"아니, 아까 괜찮다고 했는데, 다시 와서 그러니까... 사실 네가 잘못한 거는 맞잖아."
"아니, 다 우리를 위해서 하다가 실수한 건데 뭐라고 하니까 너무 서운했어."


사실 내가 그의 실수에 좀 더 관대해지거나 혹은 그가 자신의 감정에 좀 더 빨리 솔직해지면 다툴 일이 줄어들 텐데.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화해한다. 결국 우린 이렇게 평생 싸우고 화해하지 않을까? 내가 살아온 날보다 더 긴 날을 살아온 부모님도, 늘 같은 거로 싸우던데. 뭐,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해야지. 매일 동생과 싸우는 9살 조카가 그랬다.


“이모, 싸우는 것보다 잘 화해하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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