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Nov 19. 2021

결혼해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부부간 자유시간에 대하여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사랑’이요, '연애'이며, '결혼'인 듯 싶다. 서른 중반인 현재, 주변을 돌아보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그 중 부부만의 자유시간을 만들어 이혼 위기를 극복한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6번 만나고 결심한 결혼

JTBC <언더커버> 스틸컷


지인의 소개로 만난 A와 B. 두 사람 모두 화목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 모난 곳 없는 반듯한 성품을 가진 ‘인싸’였다. 가벼운 소개자리, 나쁘지 않은 첫 인상. 상대방이 나와 정 반대 성향을 가졌다는 걸 알면서도 톡톡 오가는 대화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렸고, 3번의 만남 후 연애를 시작했다. 


조금 밀어부치는 성향의 A와 달리 B는 상대를 진중하게 알아보는 편이었으나, 자신을 언제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A의 진심을 믿었다. 그 덕에 주변 사람들에게 ‘연애를 좀 요란하게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했다. 그렇게 둘은 6번을 만난 뒤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 적령기였기에 양가에서는 결혼을 환영했다. 결혼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사실 B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되는 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늘 그렇듯 A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결혼식 이후 함께 살며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믿음에서 비롯된 사랑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의식주 중 가장 기본인
‘음식 습관’ 조차 안 맞더라

SBS <여우각시별> 스틸컷


A는 기본적으로 모든 걸 함께 하길 원했다. 특히 먹는 걸 좋아해 삶은 계란 하나, 토마토 한 개라도 같이 먹어줘야 했다. 아침을 걸러왔던 B에게 자기관리를 위해선 잘 먹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매번 골골대는 거 아니냐고했다.


B는 아침을 먹고 나면 늘 소화가 안 돼 힘들었다. 저녁 야식도 문제였다. 야근 후 출출하다는 A는 늘 집에서 무언가를 먹었다. 반면에 저녁 식단 관리까지가 자기관리라고 생각한 B는 야식에는 일절 손도 대지 않았다.


“라면 한 젓가락 하지? 두개 끓였는데.”
“별로 배 안고파. 당신 많이 먹어.”


사실 몸에 좋지도 않은 라면을 밤에 먹는 것도 모자라 본인에게 권하는 게 보기 싫었지만, 야식을 다 먹고 침대로 바로 들어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히 식도염에 위경련으로 아프다 할 거면서 왜 먹자마자 잠든다는 건지. A는 밥 다 먹었고, 설거지했고, 양치까지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B는 ‘자기 관리는 본인이 제일 못 하면서 누가 누구 보고 난리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B가 가장 화가 났던 것은 A의 통보였다. 친한 형 부부와 같이 글램핑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함께 해줘야 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그 날 B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오래도록 못 간 미용실을 예약해뒀고, 잡일도 좀 하고 나선 집에서 쉬고 싶었다.


“날 더 추워지기 전에 글램핑 가자고 하더라고. 놀러가자. 요즘 날씨도 좋잖아.”
“도대체 왜 나한테 묻지도 않고 가겠다고 말 해?”
“우리 생각해서 물어본 건데. 왜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하냐?”


어이가 없었다. 왜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정하는건지. 심지어 그 형은 이름만 들어봤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어색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도 불편했지만 일단 ‘캠핑’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


A와 B는 그날도 싸웠다.


자신의 결정에 짜증만 내는
B에게 서운한 A

JTBC <알고있지만> 스틸컷


A는 성실하고 열정이 넘치는 타입이다. 아침 일찍 누구보다 빠르게 출근해 늦게까지 야근을 자처했다. 근처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두었지만 시간을 내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본인의 퇴근 시간이 더 늦은 편이니 신혼 초엔 ‘저녁 밥상’을 차려주는 B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B는 몸이 쉽게 지치는 편이었다.


아침 식사를 걸러서 쉽게 지치는 거 아니냐는 자신의 말에 왜이렇게 일방적이냐며 화를 내던 A는 그래도 미안했던지 다음날부터 같이 식사하겠다고 했다. 샐러드 조금, 요거트 조금. 그래도 우물거리며 먹는 B를 보며 '저래야 힘이 나지'라고 하며 스스로 위안했다.


문제는 저녁이었다. 일이 워낙 많아 저녁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아서 각자 알아서 챙겨먹기로 했지만, 집에 오면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날 하루는 어땠는지 같이 밥먹으며 대화하고 싶었지만, B는 속이 더부룩 하다며 같이 식사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더 놀고 싶어 얼른 방에 들어가면, 몸 상하게 왜 벌써 들어와 자느냐며 짜증을 냈다. 아이 낳을 걸 생각하면 몸 관리를 하라는데 억울했다.


최근엔 친한 형 부부가 주말에 캠핑을 가자고 했다. A가 믿고 따르는 좋은 형이었고, 결혼식도 마침 못 가 미안했으니 이렇게라도 얼굴 보며 친해지면 좋을 기회라 생각했다. 하지만 B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왜이렇게 ‘멋대로 계획을 짜느냐’는 짜증이었다. A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령 스케쥴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말 할 수가 있나.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결혼 후 처음으로 각방을 썼다.


결국은 사랑이더라


JTBC <이번생은 처음이라> 스틸컷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어쩌면 혹시 이혼이라는 길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두 사람에게 엄습했다. 주변에 고민을 토로하지도 못하고 끙끙대던 나날이 계속 됐다. 어느 날 B는 A에게 ‘오늘 혼자 영화 좀 보고 오겠다’고 했다.


혼자 영화를 본다고? 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A에게 B는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얘기했다. 어차피 집 아래 영화관이 있으니 그러라고 했다. A가 없어 심심해진 B는 비로소 헬스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그때 A는 간만에 여유로움을 느꼈다.


두 사람은 각자 시간을 보낸 뒤에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얘기했다.


“영화에 집중 되고 좋더라고. 정말 보고싶었는데, 오빠는 그런 장르 별로 안 좋아하잖아.그래서 고민하고 혼자 다녀온 거야. 오빤 어땠어?”

“나도 시간 안 쫓기고 여유롭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더라. 어차피 운동이야 나 혼자 하는 거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룬 뒤 모처럼 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정말 사랑하지만 좀처럼 참아내기 힘든 면이 있다면, 상대와 나를 위해 과감히 혼자가 되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 자유 안에서 두 사람을 돌아보자. 그 끝엔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던 우리가 서있을 것이다.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결혼 전날 파혼 위기? '결혼전야' 혼자가 더 좋은 이유

혼자 있어도 행복할 때, 그때 연애하라

딩 호구 탈출방! 결혼 준비 함께 나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에게 다정하게 애칭 부르며 빼빼로 선물한 여사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