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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17. 2021

남편에게 다정하게 애칭 부르며
빼빼로 선물한 여사친

결혼 후 이성친구,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다음 주 화요일에 시간 돼? 친구가 제주도 왔다고 밥이나 먹자는데.”
“근무 스케줄 봐야 되는데 아마 될 거야. 몇 시에 봐?”


결혼을 하고 이런 대화가 늘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에 살고 있다 보니 친구들이 여행을 왔다며 종종 연락을 해 온다. 온 김에 얼굴도 보고 ‘도민 맛집’에도 데려가 달라는 것. 여자인 친구라면 남편을 동반하지 않는 편이 대화를 편하게 할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일명 ‘남사친’인 경우에는 꼭 남편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동행한다. 이성친구에 관해 지키고 있는 나름의 ‘선’인 셈이다.


tvN <치즈 인더 트랩> 스틸컷


나도 남편도 이성친구가 꽤 있는 편이다. 지금이 남녀가 유별하다고 외치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어린 시절부터 남녀가 함께 어울려 성장하니 성별이 다른 친구가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결혼식에서 친구 원판 사진을 찍을 때 보니 내 쪽이나 남편 쪽이나 성비가 거의 1대 1로 비슷비슷했다.


어느 한 쪽이 이성친구가 많고 어느 한 쪽은 거의 없는 경우 이성친구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 자체가 다를 테니 갈등의 원인이 되더라도 그럴 법 하다. 하지만 우리 부부처럼 이성친구의 수가 비슷한 경우더라도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예를 들자면, 매년 이 맘 때마다 생각나는 빼빼로데이 사건이 있다. 남편과 연애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 남편의 핸드폰에서 말하기도 싫을 정도로 다정한 별명으로 남편을 부르며 빼빼로데이를 챙기는 여자를 발견했었다. 대학 시절 친구였고 별명도 그 때부터 불러왔다나.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내가 있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호칭은 용납할 수 없다'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남편이 여사친에게 앞으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고, 이후 개인적인 연락을 자제하면서 다시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다.


반대로 내가 남편을 화나게 한 적도 있다. 1년에 한 번쯤, 근황을 주고 받는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한 날이었다. 배터리 충전을 맡겨 놓느라 대략 한 시간 정도 핸드폰 확인을 못했는데, 부재중 통화와 분노 가득한 카톡 메시지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남사친도 있는 자리인데 연락이 끊기다니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그 후 내가 어떤 자리든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고 가능한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엄청나게 주의하게 되면서 그를 걱정시키는 일은 없어졌다.


만약 남편이 ‘원래 이렇게 불러 왔고 서로 챙기던 친구인데 어떻게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냐’던가, 내가 ‘다 친구들이고 여럿이서 보는 자리인데 연락 좀 뜸하다고 이럴 일이냐’라고 했다면 끝나지 않는 갈등이 계속 되었을 것이다. 아마 그러다 결혼을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다행히 서로의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한 끝에 원만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JTBC <사생활> 스틸컷


결혼을 하고 난 후로는 연애할 때 보다 더 신경을 쓴다. 이성친구에게는 특별한 용건이 없으면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고, 이성친구와 둘만 만나는 것은 피한다. 여럿이 만나는 자리에 간다면 누가 있고 무엇을 할 건지 미리 양해를 구한다. 또 상대가 양해를 구한다면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는다.


‘이성 친구는 절대 안 된다’라는 강경 노선보다, 나를 만나기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고 친구로서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지킨다면 어느 정도 존중해주는 쪽을 택한 셈이다. 어쨌든 N십년을 알고 지낸 사이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이나 즐거움이 있을 텐데 결혼을 했다고 해서 모두 차단할 수는 없으니까.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잘 지킨다면, 행복한 결혼생활과 원만한 친구관계도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자의 의견과 감정을 다른 것들보다 우선 순위에 두려는 자세만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배우자를 기만하려는 낌새가 느껴진다면, 빼빼로데이 사건처럼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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