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 어디까지가 동료이고 바람일까
A는 지금 회사에 이직한 지 어느덧 반년 째다. 같은 일이라 한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기까지 익숙한 듯 낯선 분위기에서 개성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비교적 편히 근무하는 데 꼬박 반년이 걸렸다. 그들의 동료가 되어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회사원 A’로 지내던 어느 날 수상한 소문을 들었다.
동료 C와 D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이다. A는 소문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왜냐하면 그 둘은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배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해도 너무 친해 보이는 그들
A는 출근 전 늘 커피를 마시고 업무 준비를 하기 위해 10분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새 내린 눈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일찍 출근했던 적이 있었다. 동장군이 왔다간 것 아니냐는 진심 어린 농담이 오고 가던 썰렁한 사내 카페 안, A는 C와 D를 보았다. 같이 출근한 걸까? 두 사람은 대화하느라 주변을 신경쓸 여념이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 A씨네. 일찍 오셨네요. 주문 아직 안 하셨으면 제가 살게요.”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뭘요~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요.”
자리는 가까워도 업무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였다. 뜻밖의 친절에 A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내심 고마웠다.
“저 먼저 올라가도 될까요?”
“네, 이따 뵐게요.”
짤막한 인사를 하고 A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 만약 소문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저 친한 동료 사이로만 보일 것 같았다. 점심시간도, 흡연을 할 때에도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 심지어 집에 가는 방향도 같아 늘 같은 시간에 나간다고 했다.
삭막한 사무실에서 친구로 지내는 게 뭐가 그리 큰 대수일까. 사람들이 수군거릴 정도의 끈적함(?)이 느껴지는 건 아닌 것 같았는데. 되려 사람들이 꼬아보는 건 아닌가 싶었다.
한 번은 바쁜 일 때문에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했던 때가 있었다. 그날도 야근하느라 C를 포함해 팀원들과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는데, 퇴근했던 D가 갑자기 사무실에 들어왔다.
“근처에 있었는데 회사 돈으로 치킨 시켜드신다길래 올라왔어요. 하하.”
“퇴근하신 줄 알았어요.”
“퇴근한 건 맞는데 근처에서 하던 게 있어서 C가 밥 시킬 건데 먹을 거냐 하더라고요. 집에 가서 먹느니 여기서 먹고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온 거예요. 나 너무 애사심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나? 하하.”
A는 이미 퇴근한 D가 왜 다시 회사까지 와서 밥을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볶음밥을 먹는 D를 보며 A는 묻고 싶어졌다. '두 사람 정말 무슨 사이인 건가요? 근처에서 C 기다리셨던 건 아니고요?' 수상한 소문이 진짜인지, 정말 그 둘 사이에 뭐가 있는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커피 친구와 오피스 와이프는
한 끗 차이
'오피스 와이프(office wife)' 혹은 '오피스 허즈번드(office husband)'라는 표현이 있다. 직장에서 서로 의지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동료를 이르는 말이다. (2006년 미국의 한 직업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32% 이상의 직장인들이 오피스 와이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요즘은 주로 직장 내 불륜을 이야기할 때 많이 쓴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마음 맞는 동료와 친하게 지낼 수 있다. 같이 아침에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도 함께할 수 있고, 종종 흡연도 같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배우자나 연인의 회사 친구에 대해 웬만한 것으로 안 좋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친밀한 관계가 회사 밖을 벗어나거나 업무 시간 외에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때문에 배우자와 다투거나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사적인 이야기보다 업무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는게 당연하다.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 못해도 업무에 전혀 지장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굳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시간을 따로 내고, 사적인 연락을 자주한다면 당연히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업무 시간 외에 연락할 수 있지만, 정말 업무 관련된 내용이어야만 한다.
사실 내 연인이, 내 배우자가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와 수상한 관계인지 다 알 수 있다. 연락하는 것만 보더라도 정신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일까. 주변의 동료들이 더 빨리 눈치챌 수 있다. 게다가 회사는 소문도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앞에서는 모르는 척 해도 뒤에서는 수근거린다. 굳이 추악한 전쟁터를 만들어 본인 평판 깎아먹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