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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04. 2022

세기의 난제
'남녀 사이의 우정은 존재하는가?'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논란에 종지부를 찍다


이 문제는 탕수육의 부먹vs찍먹(소스 부어먹기 vs 소스 찍어먹기)처럼 세기의 논란거리 중 하나다.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파와 ‘남녀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결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같은 것이다.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최근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측의 주장에 무게를 싣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남사친, 여사친' 컨셉으로 영상을 올리던 유튜버가 임신 소식을 알린 것이다. ‘도도짱'이라는 유튜버인데, 여사친과 함께 ‘마사지 해주기' ‘커플 젠가하기' 등 다소 스킨십이 많고 수위가 높은 영상을 촬영해왔다. 어느날 ‘사과드립니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는 것 같다”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두 사람은 곧 결혼할 예정이라고. 필자는 동호회에서 오래 활동해왔기에 그동안 남사친이 적지 않았다보니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내 견지해왔다. 반대파의 친구가 ‘도도짱’에 관한 링크를 보내면서 “내 말 맞지?”라고 기세등등하게 말할 때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이후 의식의 흐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몇가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견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대학 심리학과 부교수인 엔서니 스틴슨은 약 20년동안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연구해왔고, 대부분의 사랑이 우정에서 시작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약 1,900명으로 구성된 성인을 대상으로 남녀 친구 사이에서 발전하는 로맨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구진은 약 66%의 연인이 친구사이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낯선 사람보다는 친근한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 또한,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연구에서 연구진은 대부분의 연인들이 연애를 시작하기 전 평균 22개월을 친구사이로 지낸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KBS <쌈 마이웨이> 스틸컷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심리학 교수인 에이프릴 블레스케와 데이빗 버스는 남녀가 각각 동성친구와 이상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해본 결과, 이성친구와 스킨십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자는 33%, 여자는 12%가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친구였던 이성의 고백을 거절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남자가 14%, 여자가 28%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남자가 생각하는 이성친구의 장점으로 ‘연인으로 발전 가능성'이 6위를 차지한 반면, 여자는 순위권 밖이 었다. 이성친구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자보다 남자가 연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연구결과로 보면, 남녀가 친구가 되는 데 남자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보인다. 불행히도(?) 나 같은 반대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구결과를 쉽게 찾아내기는 어려웠다.


또 재미있는 글을 발견했는데, 외국의 어느 블로그에서 ‘카일로'라는 사람이 제시한 ‘사다리 이론'이다. 여자는 친구로서의 이성을 인정하는 반면, 남자는 여성을 친구로서 인정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남자에게는 사다리가 하나 있고 자기가 호감을 느끼는 순서대로 여성을 사다리에 올려놓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반면, 여자에게는 본디 두 개의 사다리가 있어서 하나는 연인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진짜 사다리'이며, 나머지 하나는 친구일 뿐 신체접촉 가능성이 없는 ‘친구 사다리'라는 것이다.


영화 <오늘의 연애> 스틸컷


여러 연구결과와 글을 종합해볼때 확률적으로 친구에서 이성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아예 없지 않을 뿐더러, 남녀의 시각 차이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거리가 종식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또한 남성들은 남성의 본능(?)을 알기에 여자친구가 말하는 ‘남사친'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기존에 ‘남자와 친구가 가능하다’는 내 입장이 한 풀 꺽이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과거에 동호회 밖에서 만난 남자친구와는 이 문제로 부딪힌 적이 많다. 나는 “과장해서 남사친과 한 방에서 자도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항변했고, 그때마다 남친은 “같이 샤워할 수 없으면 친구가 아니다"라는 말로 응수해 왔다. 기름과 물처럼 그 부분에서는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었고, 서로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조차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싸울 이유가 없는 일인데.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하고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상대가 싫어할 만한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지금 후회해도 늦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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