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약이 지닌 그 본래의 작용 이외에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작용. 대개 좋지 않은 경우를 이른다
부작용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우리가 한 어떤 일에 대해 부수적으로 따라오며 생기는 좋지 않은 일과 복용한 약이 본연의 효과와 다른 좋지 않은 영향을 몸에 끼칠 때 이런 표현을 쓴다.
전자의 예로는 금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담배를 끊었는데, 담배를 버린 대신 식욕을 얻어 살이 찌는 부작용이 생긴 사람을 여럿 봤다. 비 오는 밤, 분위기에 젖어커피 한 잔 내려 마시니 따뜻한 온기에 부드러운 방안 가득 꽉 찬 커피 향에 기분은 좋았으나 카페인의 영향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도 일종의 부작용이다.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어떤 것을 끊거나,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동반해서 생기는 좋은 작용들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나쁜 영향들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일들이 부작용이다. 난 얼마 전에 딸아이와 음주의 빈도수를 줄이기로 약속했다. 주당 2회, 언뜻 보면 어렵지 않을 법한 약속이지만 이 약속을 하기 전만 해도 1주일에 4~5회 음주를 하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야박하고, 팍팍한 딸아이의 처사였다.
1주일에 2회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선별 조건이 내겐 필요했다. 조금 더 술 마시고 싶은 날을 골라서 마시거나, 축하주를 들 정도의 경사가 생기거나, 과중한 업무로 야근하고 피로해진 내 몸에 위로를 위한 날 등과 같이 여러 많은 날 중에서 술잔을 기울일 날을 선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기분 따라 월요일에 마시고, 화요일에 또 술을 마셔버리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술 구경은 아예 할 생각을 말아야 했다. 주말에 치킨을 시켜 먹을 때도, 비 오는 날 김치전을 해도 사이다나 콜라가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퇴근길에 아내에게 '오늘 저녁은 뭔가요?' 하고 톡을 보내서 답 톡이 오는 걸 받고 그날그날 술의 종류를 골라서 마실 수 있었다. 아내도 이렇게 자주 혼술 하는 나의 건강을 걱정해 수차례 달래도 봤다가, 눈치도 줬다가, 경고성 멘트도 던져봤지만 잠깐은 자제하는 듯했지만 단지 그때뿐인걸 알기 때문에 얼마 전부터는 술 때문에 하는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덜컥 딸아이와 한 이 약속은 쉽게 깰 수가 없는 무게라는 걸 알았고,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며 꼬박꼬박 1주일에 2회를 지키는 날 보며 아내는 더 신이 난 듯했다.
"철수 씨, 내가 그렇게 얘기해도 안 듣더니 지수 말이 더 겁나긴 한가 봐요?"
"그러게요. 괜히 약속했나 봐요. 약속 물리면 안 될까요?"
아빠의 건강을 생각해 자신이 좋아하던 젤리를 끊으면서까지 아빠의 음주 습관을 바꾸는 약속을 이끈 딸아이가 대단하다고 아내는 칭찬했고, 툴툴거리기는 해도 나도 이런 딸아이의 걱정이 싫지 않았다.
그러던 며칠 전 딸아이가 밥을 먹으며 반주를 하고 있는 나에게 입을 '쑤욱' 내면서 한마디를 했고, 나와한 약속을 물릴 생각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유는 나의 바뀐 음주 습관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 술 마시는 날을 2번으로 줄였더니 술 먹는 양이 늘었어요."
"......"
생각해보니 난 일주일에 2번밖에 먹을 수 없는 귀한 자리이다 보니 평소에 먹던 양보다 조금씩 더 먹기 시작했고, 최근엔 아예 새로운 음주 습관처럼 막걸리 먹고 맥주로 입가심을 한다던가, 평소에 맥주 1병만 먹던 양을 이젠 2병을 먹기까지 했다. 며칠 전엔 딸아이가 이렇게 얘기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밥 먹으며 막걸리를 2병이나 마셔 버린 것이다. 이렇게 평소보다 많이 섭취한 막걸리는 얼굴로, 몸으로 모두 표가 났고, 막걸리 먹은 뒤 트림으로 마무리까지 했다.
그날을 생각하며 나도 바뀌어버린 내 음주 습관이 마냥 반갑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걱정돼서 딸아이의 걱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딸아이의 걱정에 미안했고, 쓸데없는 내 집착에 부끄러웠다. 횟수뿐만 아니라 이젠 술 먹는 양도 좀 신경을 써야겠다. 나의 건강과 내 건강을 걱정하는 내 가족을 위해서 말이다.
"엄마, 내가 아빠 술 먹는 횟수를 줄여놨더니 아빠 술 양이 늘어버렸어요. 이거 부작용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