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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l 01. 2020

자신의 아내를 험담한  아랫집 남자

임신한 아내가 예민해서 죄송하다는 아랫집 남자 스토리

'똑, 똑' 토요일 이른 저녁시간 조용히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세요?"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다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주방을 나왔다. 현관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보고 확인을 위해 누구냐고 물었다.


  "누구세요?"

  "네, 아랫집 사는 사람인데요.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내는 아랫집 남자가 우리 집을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어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살며시 열었다. 밖에는 젊고 건장한 남자가 서있었고, 쭈뼛 는 모습이 무언가 부탁을 하러 왔던가, 아쉬운 이야기를 하러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집 사람이 임신 중인데 층간 소음으로 많이 힘들다고 해서요."  아랫집 남자는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고 나선 아내의 반응을 살필 겸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아내를 봤고, 아내를 보고 나서는 조금 놀란 얼굴이 되어 표정관리를 어떻게 할까 당황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임신 6개월 때여서 배가 제법 불러있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아랫집 남자에게 얘기했고, 양손으로 허리를 받치면서 자연스레 배가 조금 더 나와 보이는 포즈가 됐다.  "시끄러우셨다고 하니 우선 죄송해요. 하지만, 저희 애는 평소에도 잘 뛰진 않고, 지금은 마늘 찧는 중이었어요. 식사 준비 중인데, 밥은 해 먹어야잖아요."  

  

  안 그래도 당황해하던 아랫집 남자는 아내의 임신 상황과 밥 준비를 한다는 아내의 말에 더 당황하며 사과하고, 오히려 자신의 아내를 탓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저희 아내가 임신 초기라 좀 예민해서요. 일부러 이렇게까지 와서 이야기할 건 아닌데, 그래도 아내가 자꾸 얘기해서 이렇게라도 해야 아내가 조금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서요."


 아랫집 남자는 임신한 자신의 아내가 혼자 있는 게 미안했고, 예민해진 성격으로 배속 태아도 걱정되어 어려운 걸음을 했지만 윗집 여자(나의 아내)의 임신 상태와 조용한 집안 분위기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랫집 남자는 거듭 사과하고,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아내 말로는 아랫집 세입자는 신혼에, 주말 부부인데 아랫집 안주인이 임신 초기에 혼자 지내다 보니 조금은 많이 예민해 있어서 아마 신랑이 왔을 때 더 짜증을 낸 것 같다고 했다. 혼자서 태교 하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큰 소음이 없음에도 선 듯 아내를 위해 나선 남자의 마음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 날 이후로는 아랫집 남자는 특별히 층간 소음 때문에 다시 올라와 이야기한 적이 없지만 오히려 아내가 더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서 내가 생각해 봤을 땐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름 아랫집 남자가 찾아와 이야기 한 소득은 어느 정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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