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여름 어느 날,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대형 사고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들썩였던 바로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 난 지금도 우리 인생에 앞으로 다시 못할 축제의 여름일 거라는 것에 한 표를 행사한다.
2002년 내 나이 29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밖에 안되었을 때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월드컵 본선 성적은 너무도 아쉬웠고, 난 그래도 홈에서 하는 경기니까 조심스럽게 16강을 기대해 봤다. 이런 나의 조심스러운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붉은 악마는 제대로 대형사고를 쳤고, 이 대형사고의 중심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너무 행복했던 여름이었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회의실에 모여 응원했고, 이날의 승리로 우린 거리 응원을 위해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이며 한 여름의 축제를 즐겼다. 집 근처 호프집에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함께 응원도 해봤고, 신촌으로 나가 뜨거운 야외 열기도 느껴봤다. 그때 대표팀의 대단했던 경기나 응원 열기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해도 공감을 하지 못하지만 뜨거웠던 2002년의 20대의 끝자락 여름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현실 조언임을 확실하게 느꼈던 한 해로 기억됐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우리 가족의 야외 활동은 위축되었고,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다른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며 예전처럼 다시 여행을 재개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몸소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부터 딸아이의 간절한 소망이 하나 생겨났다. 아내의 베란다 정원에서 소풍 같은 야유회를 즐기게 해달라고 아내를 졸랐고, 아내도 답답하게 집안에서만 보내는 딸아이를 위해 여름이 되기 전에 '베란다 정원에서 소풍'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아내의 베란다 정원은 봄맞이, 여름맞이 새로운 식물들로 발 디딜 곳은 있지만, 자리 깔고 앉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좁아지기 시작했고, 날씨까지 더워져 딸아이의 '베란다 정원 소풍'은 물 건너가는가 싶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딸아이의 꿈도 이뤄주고, 답답한 집안에서 조금이라도 야외 같은 분위기도 낼 수 있게 아내에게 통 큰 제안을 했다.
영희 씨, 베란다에서 오늘 삼겹살 구워 먹는 거 어때요?
조금 망설이던 아내는 베란다를 한 번 쓰윽 둘러보더니 이 통 큰 제안을 받아들였고, 1시간을 분주히 움직인 결과 우린 근사한 가든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내가 베란다 가든파티를 위해 열심히 정리하는 동안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한 재료 준비는 전적으로 내가 담당했다.
쌈 야채 씻기, 간장 절인 양파, 시원한 콩나물국, 쌈장 만들기 등...
서로 분담하여 준비한 결과 우린 맛있게, 분위기 있게 베란다 정원 바비큐 파티를 즐겼고, 식사로 베란다 정원에서 라면도 끓여먹고, 후식으로 참외와 블루베리까지 풀코스로 제대로 즐기고 나서야 우리의 소풍은 끝이 났다. 그리 큰일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아내에게는 딸아이의 꿈과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가든파티장을 만들고, 다시 베란다 정원으로원상 복구하는데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아내의 통 큰 호응에 감사하며, 오늘 또 하나의 추억을 브런치에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