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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Oct 06. 2020

프로에게도 아마추어 시절은 있었다(Prologue)

시작, 그 서막을 열다

지금 있는 곳이 다섯 번째니 나도 참 이직을 많이 한 편이긴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러 사정으로 남들보다 대학교를 오랜 시간 다녀야 했고, 휴학도 여러 차례 해야만 했었다. 대학을 입학할 때만 해도 집안 사정이 어렵지 않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학교를 다닐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제적인 어려움을 제대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학비가 없어서 휴학이 불가피했고, 함께 학교를 다니던 동기, 후배들은 어느새 나보다 먼저 졸업 후 취업하여 폼나게 양복을 입은 모습으로 가끔씩  학교를 찾아올 때면 전공 서적을 끼고 있던 내 모습과 많이 대조적이었던 시절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에 내 꿈은 그냥 단순했다. 졸업하기 전 꼭 취업을 하고, 집에 손을 안 벌릴 수 있는 완벽한 독립을 생각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취업의 벽은 높았고, 지금의 취준생보다는 덜 치열했겠지만 50번의 입사지원에 낙방해 본 나로서는 사회라는 큰 벽을 제대로 실감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스펙이었지만 서울 소재의 대학을 다닌다는 자존심 하나로 그 당시 대기업이나 IT회사 중에서도 꽤 규모가 있는 회사에만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기대했었던 것과는 반대로 결과는 처참했다. 현실은 내 자존감을 철저히 깨부쉈고, 사회 걸음마도 떼지 못했던 내게 냉혹한 현실을 깨닫게 해 줬다. 다행히도 이런 결과로 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과 생존을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수 십 번의 입사지원 낙방이 가져온 나의 낮아진 눈높이가 나를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들었고, 이런 태도로 난 졸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1월에 어느 중소기업 IT회사에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내 작고 단순했던 꿈이 이뤄진  시간이었고, 내 긴 샐러리맨 생활의 시작이었다.


첫 사회생활은 어색하고, 서툴고 마냥 어려웠다. 처음에는 회사 선배들이 무서웠고, 무척이나 고리타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들도 나와 같은 직장인이었고,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을 것 같았던 그들도 IT 기업의 특성상 대부분이 한 두 살 혹은 서너 살 위가 많았다. 물론 팀장 직책을 맡고 있던 차장님이나 본부장 직책을 맡고 있는 부장님 그리고 임원분들은 그때의 나보다 15년 이상 경력의 선배들이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도 지금의 나보다 나이나 직장 경력이 모두 어렸던 분들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첫 직장에서 5년,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에서 1년을 못 버티고, 네 번째 직장에서 5년, 그리고 지금 있는 곳이 다섯 번째니 나도 참 이직을 많이 한 편이긴 하다. 이렇게 이십 년이 넘은 직장생활을 이야기하면 책 한 권쯤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의 집필을 시작했고, 많은 분들이 쓰는 직장인 백서와는 다르게 난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쓰려고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들에게는 내 경험담이 사회생활에 잔뼈가 굵은 선배들도 이런 실패나 실수담이 있다는 인간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고, 현직에 있는 중견 시니어들에게는 자신들 다르지 않은 경험들을 읽으며 따뜻한 공감을 느끼게  것이고, 긴 시간을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싸워온 은퇴를 앞둔 선배들에게는 긴 시간 쌓여온 자신의 추억을 웃으며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에세이를 써내려 간다.


무언가 큰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공감과 위로가 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으니 자신의 이야기에 빗대어서 잘 탐독하시길 아주 조금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  짧지도 그리고 길지도 않은 나의 사회생활 첫 스토리를 이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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