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을 때 찾았던 내 추억의 핫플레이스

신림동 순대타운의 백순대 볶음이 생각나서 한 번 만들어 봤어요

by 추억바라기
단순히 그 음식뿐만이 아니라 음식 속에 고스란히 놓인 그 시절 추억의 시간을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대부분 두려울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이십 대를 지났거나, 혹은 한창 지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어울려 놀고는 싶은데 주머니 사정은 좋지 못하고, 술과 친구가 좋았던 이런 패기 넘치던 이십 대 시절이 있었다. 요즘이야 젊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는 입소문이 아닌 SNS나 블로그 혹은 방송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지만, 내가 대학 재학 중이었던 90년대에만 해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핫플레이스는 오랜 시간을 거쳐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 유명해진 추억의 장소가 많았다.


난 대학 시절 학교가 혜화 근처여서 대학 동기들 중에 생일인 친구가 있을 때면 푸짐한 튀김 안주와 시원한 생맥주가 있고, 학생들 주머니 사정까지 걱정했던 성균관대 앞 펍을 자주 찾았었다. 그 당시 열 명 남짓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각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만원씩 각출해 만든 생일 파티였지만 푸짐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안주는 아낌없이 나왔던 것으로 유명했다. 또 학교 선배들과 함께 할 때에는 종각역 뒷골목 피맛골 운치 있는 나무 판잣집에 고갈비와 막걸리도 종종 찾던 곳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학생 때 자주 찾던 핫플레이스들 중에서도 서 너 명이서 모여서 술 한잔하기에 가장 가성비 좋고, 맛도 보장이 되었던 곳이 바로 신림동 순대타운이었다.


지금이야 순대볶음 1인분이 돼지고기 1인분과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내가 종종 찾던 90년대에만 해도 1인분 가격은 5천 원 안팎이었고, 자주 가는 단골 가게 같은 경우에는 3인분 같은 2인분도 가능할 정도로 양도 푸짐했었던 기억이 난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신림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던 터라 아내와도 가끔 순대 볶음 생각이 나면 데이트 삼아 그곳을 찾았었다. 역에서도 멀지 않아서 주머니가 얇고, 소주 한 잔 생각날 때면 발길을 돌리기에 더없이 정감 있고,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오늘은 그 신림동 순대골목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백순대 볶음을 만들어 봤다.



맛있는 백순대 볶음을 만들기 위해 재료 준비부터 해 봤다. 우선 순대는 시판용 순대 800g(3~4인분, 1팩은 1Kg)을 먹기 좋게 썰어놓고, 야채는 당근(반 개), 버섯(새송이 버섯 2개) 그리고 양파(작은 것 1개)를 준비해 봤다. 원래 백순대에는 양배추(1/4~1/5 개)가 들어가면 좋지만 양배추가 없는 관계로 야채는 당근, 버섯, 양파만 준비했다.


야채를 먹기 좋게 썰어 순대와 함께 준비가 끝나면 백순대에 넣을 당면을 미리 뜨거운 물에 불려 놓는다. 떡을 함께 넣으려면 떡도 미리 물에 담가 준비해주면 된다. 이렇게 기본 재료 준비가 끝나면 야채와 순대를 볶기 위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썰어놓은 야채와 순대를 넣고 잘 볶아준다. 이렇게 볶을 때에는 중불 정도의 불로 볶아주고 다진 마늘(1~2 큰술)을 넣고 함께 볶아주면 더욱 풍미가 느껴지고, 순대의 잡내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야채와 순대가 조금 익을 때쯤 들깻가루(3 큰술), 소금(1 큰술), 후추 조금을 골고루 뿌려서 넣고 다시 중불로 볶아준다. 이렇게 다시 볶을 때에 불려놓았던 당면을 넣고, 매운 고추(2개)와 깻잎(10장)을 넣고 5분간 볶아주면 맛있는 백순대 볶음이 완성된다. 적당히 간을 했지만 조금 느끼하다고 생각되면 매콤한 소스를 찍어서 먹으면 그 또한 별미다. 매운 소스는 시판용 초고추장을 써도 되고, 간단하게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다.

고추장(1큰술), 고춧가루(2큰술), 설탕(1큰술), 식초(2큰술), 깨소금 조금과 들깻가루 등을 잘 섞어서 찍어먹으면 조금은 매콤하게 먹을 수 있다. 처음으로 백순대 볶음에 도전해 봤는데 그런대로 맛있게 조리해서 아이들도, 아내도 만족스럽게 먹었다. 신림동 순대골목의 백순대 볶음은 내 이삼십 대의 젊은 날이 기억나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거나, 어떤 시절을 생각하면 시그니처 같은 음식들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그 시절 자신의 핫플레이스를 찾아 추억을 회상하며 소주잔을 기울일 수도 있겠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갈 수 없는 이유는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그 추억의 장소보다 그 장소에서 먹었던 추억의 음식이 더 그리워질 때가 있다. 단순히 그 음식뿐만이 아니라 그 음식 속에 고스란히 놓인 그 시절 추억의 시간을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번 주말 추억의 시간을 회상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핫플레이스 시그니처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요리해 보면 어떨까. 그 요리에 맞는 술이 있으면 더 금상첨화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