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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r 27. 2020

찬 밥 취급 NO! 찬 밥의 변신은 무죄

아침으로 김치 콩나물 죽 어떠세요?

오늘 아침, 개운하고, 조금은 칼칼한 김치 콩나물 죽 어떠세요?


난 아내와 6년을 연애했다. 긴 연애 기간만큼이나 나와 아내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것들이 많다.  그중 한 가지가 나는 서울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녔고, 아내는 결혼 전까지 지방에서 직장을 다녔었다. 남들은 퇴근을 하고 만나는 평범한 저녁 데이트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부러운 시간이었고, 장거리 특성상 주말, 휴일을 제외하고는 평일에 얼굴을 볼 수 없는 간절하고, 애틋함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했다.


특히 내가 대학 졸업반일 때 자취생의 용돈이라고 해봤자 몇 푼 되지 않아서 직장을 다니던 아내가 서울까지 직접 대중교통을 타고 날 보러 종종 왔었고, 이때만 해도 KTX 같이 우리의 귀한 시간을 아껴줄 대단한 교통편이 없어서 늘 고속버스 첫차나 막차를 이용해 이동했고, 이렇게 일찍 서둘러 오고, 느지막이 가야지 그나마 한나절을 데이트하며 보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아내가 오는 주만 되면 한주가 몽글몽글한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고, 들뜬 마음에 친구들, 후배들 부탁(리포트, 대리 출석 등)도 곧잘 들어주는 착한 친구, 선배가 되고는 했다. 이렇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말, 휴일에 볼 수 있는 아내와의 귀한 시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한나절을 같이 있고, 또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다.


이렇게 연애하던 어느 날, 아내가 하루는 평소와는 다르게 주말에 왔다가 휴일 오전에 내려간다고 했고, 난 하루를 온전히 함께한다는 기쁨에 더욱더 알차고 재밌게 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아침에 아내를 위해 근사하지는 않더라도 손수한 정성 가득한 밥상을 준비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당장 할 수 있는 요리도 별로 없고,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거라곤 김치하고 콩나물 밖에 없었던 터라 무얼 해 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김치가 맛있게 잘 익었고, 콩나물까지 신선해서 함께 넣어서 죽을 끓이면 다른 반찬도 필요 없는 깔끔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될 듯해서 준비했던 음식이 바로 김치 콩나물 죽이다. 횟수로 따지면 나의 요리 레시피에서 라면을 빼고는 처음 만들어 본 음식이고, 20년이 훌쩍 넘은 우리들 추억의 음식이다.


지난번 아내가 국가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갈 때도 끓여줬고, 가끔씩 반찬이 없을 때면 휴일 아침에 재료 준비도 간소하고 깔끔하게 아침을 먹기에는 적당한 우리 가족 한 끼 밥상 메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늘은 콩나물도 있고 해서 이 추억의 김치 콩나물 죽을 끓여 봤다.

우선 재료부터 준비하면 적당히 잘 익은 김치와 콩나물 조금(150~200g), 찬밥 1 공기반~ 2 공기(4인 기준), 다시 국물 재료(멸치, 다시마, 양파껍질, 표고버섯 말린 것)를 손질한다. 김치는 가위로 아주 잘게 썰고, 다시 국물 재료들은 다시팩에 넣는다.

 

이렇게 준비한 재료를 죽을 끓일 냄비에 잘 넣고, 물을 400~500ml 정도 부은 다음 뚜껑을 덮고 한 참을 끓인다. 너무 오랫동안 냄비 뚜껑을 덮어놓고 끓이다 보면 냄비 아래 있는 밥이 눌러서 탈 수 있으니 적당히 끓으면 뚜껑을 열고 가끔씩 저어주면 된다. 이렇게 잘 저어주다가 밥이 잘 풀렸고, 김치도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예쁜 그릇에 담아서 참기름과 깨소금을 살짝 뿌려주면 오늘의 요리는 끝이다. 기호에 따라 김가루를 조금 뿌려줘도 입맛을 돋울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다만 소금 간이 많이 된 김가루는 많이 뿌리면 짜질 수 있으니 이점만 참고하면 된다.


주말 아침 김치 콩나물 죽 괜찮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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