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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r 06. 2020

그리움으로 담아낸 된장찌개

가장 좋아했던 엄마표 된장찌개, 한 번만 더 먹어봤으면

어머니는 편찮으시기 전까지만 해도 요리를 잘하셨다. 시골집에 내려갈 때마다 아들, 며느리, 손주들 먹이려고 이런, 저런 음식들을 내올 때면 입안은 행복했고, 어머니의 마음이 전해졌었다. 내가 좋아했었던 메뉴들이 많지만 이젠 대부분 아내가 해줄 수 있어서 그렇게 애틋하게 기억나는 어머니의 음식은 없는 듯하다. 단 한 가지 음식만을 빼고. 아내나 나는 그렇게 애를 써봐도 어머니의 된장찌개만은 흉내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내나 내가 끓이는 된장찌개가 맛이 없지는 않다. 다만 어머니의 그 된장찌개 맛을 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28년을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받고, 어머니기 해준 음식을 먹고 자랐지만, 이제는 19년을 함께해 온 아내의 밥상이, 음식이 내게 더 입맛에 맞고 오히려 어릴 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더 먹는 것 같아서 내 입맛은 많이도 변했다. 어머니는 작년 12월에 아버지와 우리의 곁을 떠나셨다. 5년이라는 긴 병마와 싸우시다 조용히 어느 날 우리 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2년은 시력도, 청력도, 입맛도 대부분 잃으셨고, 마지막으로 기억력까지 많이 없어지셔서 요리는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셨다. 그래서 어머니의 된장찌개를 마지막으로 먹어본 기억이 참 오래된 듯하다. 아내는 요즘도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얘기하고는 한다. 엄마 된장찌개 레시피를 좀 받아놓을 걸 그랬다고. 앞으로도 나와 아내에게는 된장찌개를 끓일 때마다 꽤 오랫동안 어머니 생각이 날 것 같다.



오늘은 그리운 어머니의 된장찌개를 끓여보려고 팔을 걷었다. 아내가 늘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어머니 아들이라고 된장찌개는 자신보다 내가 낫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그래서 된장찌개만큼은 아내보다 내가 더 자주 끓이는 것 같고, 물론 그 된장찌개를 난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해서 아내보다는 더 맛있게 끓이나 보다.  일단 어머니의 된장찌개에는 소고기 국거리가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된장찌개에 두부를 잘 넣어주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레시피에는 두부가 필수다. 건강식인 데다가 아들이 두부를 너무 좋아해서이기도 하다.

우선 재료부터 준비해서 손질해 봤다.  큰 두부에 1/4, 양파 1/2, 호박 1/3, 무 조금, 새송이 버섯 1개(혹은 팽이버섯 1 봉지), 표고버섯 1개, 대파 조금, 청양 고추 2개 그리고 우삼겹 60~70g(or 소고기 국거리), 된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정도면 재료 준비는 끝난다.

 

작은 냄비에 물은 400ml 정도 붇고,  멸치 물을 내기 위해 다시 백에 큰 멸치 5~6개, 건다시마 2장, 표고버섯 말린 것 조금, 양파껍질까지 넣고서 함께 물을 끓였다. 물이 한 참 끓고 나면 된장 2큰술을 물에 잘 녹인 후 준비해 놓은 야채와 고기를 넣고 끓였다. 이때 매운 고추와 대파는 다른 야채들을 충분히 익힌 뒤에 넣었다. 야채가 충분히 익을 정도로 충분히 끓인 후에 매운 고추와 대파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은 후 조금만 더 끓인 후에 불을 껐다.

 

밥 한 공기와 된장찌개로 충분한 한 끼 밥상이 되었고, 난 된장찌개를 보면서 잠깐이지만 어머니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더 많이 끓일 된장찌개지만 난 언제쯤 어머니의 된장찌개 맛을 잊어버리고, 내가 끓인 된장찌개를 올곧이 먹을 수 있을까? 어머니의 된장찌개가 그리운 어느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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