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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May 21. 2020

먹을 수 없어서 더 그리운 맛이 있다

김치찌개에는 김치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야 제맛

돼지고기가 듬뿍 든 그날의 김치찌개는 기억 속에서는 희미해졌지만 그 날 이후 겨울이 되면 항상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은 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고, 우린 물놀이를 주로 겨울에 다녔다. 사람들이 붐비는 여름 시즌에는 주로 워터파크나 해수욕장을 찾기보다는 조용한 계곡이나 시원한 내륙 고원을 찾았고, 남들이 한 겨울 눈을 즐기러 스키장이나 썰매장을 찾을 때 우리 가족은 워터파크를 가족 연례행사처럼 찾았다. 그것도 아산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곳을 항상 방문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겨울이면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나 아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었고, 아산 하면 온천 생각들을 많이 해서 젊은 세대의 방문보다는 가족 단위의 방문이 많은 곳이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물놀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워낙 물을 좋아했고, 머리는 차갑고, 몸은 뜨거운 상태로 야외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한 이후로는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을 찾게 됐다.


그날은 한창 추운 2월의 겨울이었고, 때마침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놀 때엔 하늘에서 눈마저 내려 이국적인 느낌까지 전해졌다. 아침 일찍 나서서 오후까지 놀다가 이른 저녁에 기차를 타고 오는 일정이어서 아이들은 짧은 시간(5~6시간)을 짧고 굵게 에너지를 다해 놀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어린 탓에 애들 쫓아다니며 함께 노느라 내 에너지도 애초에 방전되어 있는 상태로 버티고 있었다. 일명 '뽕을 뽑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샤워하고 워터파크를 나올 때에는 아이들도 아내와 나만큼 많이 피로해 보였다.


우린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기 위해 온양 온천역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이른 저녁 시간이었지만 점심을 간단하게 먹은 우리들은 허기도 지고, 기차를 탈 시간도 조금 여유가 있어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적당한 식당을 찾았다.  그렇다고 어디 맛집을 찾아 이동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어서 기차역 앞 조금은 오래된 한식당에 들어갔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아무리 저녁 식사 시간이 아니라고는 해도 식당에 손님이 너무 없어 그냥 나갈까 싶었다. 하지만 배가 많이 고팠던 아이들이 보채는 통에 우린 그냥 큰 기대 없이 벽 한쪽에 쓰여있는 메뉴판 맨 위에 있는 김치찌개 3인분을 주문했다.


날씨도 춥고 해서 따뜻한 찌개 생각이 간절해 시키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할머니가 주방에 계셨고, 손님이 없어서인지 주문한 찌개와 따뜻한 밥은 금세 우리가 앉은 밥상을 가득 채웠다. 둘째와 밥을 나눈 다음 아내와 아이들이 숟가락을 들고 먹는 걸 확인한 뒤에 하얀 쌀밥을 한 술 떠서 입안 가득 욱여넣었다. 밥을 씹고, 숟가락으로 찌개 국물을 떠먹는 사이 큰 아이는 이미 찌개 국물을 떠먹고 있었다.  입에 찌개 국물이 들어오는 동시에 아이의 입에서 '맛있어'라는 칭찬이 터져 나왔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고, 그제야 찌개 속의 부재료가 눈에 들어왔다.


식당에서 팔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을 정도로 돼지고기, 김치, 두부가 듬뿍 들어있었고, 우리 가족은 공깃밥까지 추가해서 식사를 맛있게 마칠 수가 있었다. 아내와 난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그 식당의 김치찌개를 입이 아플 정도로 칭찬했고, 다음에도 거기 가면 꼭 가서 먹자고 이야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음 해에 온양온천 역을 방문했을 때에는 그 식당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날 이후 우린 김치찌개를 끓이기만 하면 그 식당에서 먹었던 김치찌개를 추억하며 이야기했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그 맛을 기억하며 오늘도 저녁밥상에 김치찌개를 올려본다.




대한민국 대표 메뉴 중 하나인 김치찌개에 들어갈 재료는 생각보다 간단해요.

잘 익은 김치 반포기, 돼지고기 250g(앞다리살 또는 목살), 작은 양파 반개, 대파 1개, 매운 고추 2개, 두부(반모), 쌀뜨물(800~1,000ml)까지 준비하면 재료 준비는 끝나요. 우선 김치는 한 입에 떠먹기 좋게 썰고, 양파와 돼지고기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줘요. 대파와 매운 고추까지 어슷 썰어주면 재료 손질은 모두 끝나요.


찌개를 끓일 냄비에 기름(포도씨유, 카놀라유 등)을 둘러주고 돼지고기를 우선 볶아줘요. 돼지고기 겉이 조금 익을 때쯤 썰어놓은 김치를 고기와 함께 볶아요. 적당한 시간 동안 김치와 고기를 볶아주고 난 뒤 물(4~5컵)을 부어줘요. 이때 쌀뜨물 대신 멸치 물을 내서 넣어주면 국물 맛이 더 깊어져요.

이렇게 물까지 부어주고 썰어준 양파를 넣고 냄비 뚜껑을 덮고 한 동안 끓여준 뒤 적당히 끓으면 두부를 넣고, 간을 맞추면 돼요. 저희 집은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지는 않고, 김치 국물을 사용해서 간을 맞춰요. 그렇게 하니 더 칼칼하고 김치찌개 고유의 깊은 맛이 더 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불을 끄기 전에 썰어놓은 매운 고추와 대파를 넣으면 김치찌개 요리는 끝나죠.

이렇게 준비한 김치찌개만 있으면 흰 밥 한 공기는 금세 뚝딱이죠. 그때 아산에서 먹었던 그 김치찌개가 잊힐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끓인 김치찌개가 우리 집에서는 인기 메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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