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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Dec 16. 2020

지이잉,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작가님들이 느끼는 마감에 대한 압박이 이런 걸까 싶네요

브런치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수요일 아침 난 늘 비슷한 시간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날 매거진에 발행한 글은 과거 직장 상사를 몰래 험담하다 들켰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써 내려간 글이었다. 글을 쓰는 내내 그 날의 놀랬던 감정과 쪼그라진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름 독자들이 즐겨 찾고, 공감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아침이었다.


기대했던 것처럼 글은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올랐다. 월요일에 발행했던 글도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올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조회 수(5,800회)에 아쉬움이 커서 그런지 수요일 발행 글에서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보상받으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생각처럼 조회 수가 오르지는 않았고, 늘지 않는 조회 수 때문인지 다음 메인에서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아직까지도 조회 수에 일희일비하는 나를 보면 조금은 부끄럽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감추지 않고 내 감정에 솔직한 나도 나란 걸 알기에 아직까지는 글을 쓰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 글이 조금이라도 남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닌 쪽보다는 더 좋다. 글을 쓰면서 이런 감정은 늘 한쪽의 나와 다른 한쪽의 또 다른 나와 매번 치고받는 감정싸움의 연속이다.

 

그래도 기왕이면 글 발행 후 조회 수가 오르는 쪽을 기대하는 내가 매번 승리하길 바랬다. 그렇게 조회 수가 오르면 내 마음도 기분 좋게 함께 올라가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오늘 내 글은 생각했던 것보다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오후가 되어서는 조회 수가 늘어나는 것도 더뎌졌고, 열일 하던 브런치 알람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내 폰도 책상 한쪽 구석에 오전 일을 마치고 얌전히 자리 잡았다.


  "(진동음)지이잉~, 지이잉~~"


늦은 오후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브런치 특유의 알람이 울렸고, 난 구독자나 작가님들 중 뒤늦게 찾아온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누르고 가나보다 했다. 왼손을 뻗어 스마트폰의 잠김을 풀고 노트북을 향했던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알림 창을 확인하고, 눈을 비비고 또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내게 제안 내용이 있다는 알림이 인지 되었다. 순간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했고, 엔도르핀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은 어느덧 '출간 작가', '계약' 등과 같은 벌어지지도 않은 꿈을 좇는 생각들로 복잡해져 갔고, 두 번의 유사 제안 메일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조금은 냉정한 마음으로 메일 브라우저를 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출간 요청과는 조금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읽어 내려가면서 실망감은 '내가 그럼 그렇지', '난 아직 멀었어'와 같은 자괴감으로까지 감정이 번졌다. 부풀어 오른 풍선의 바람이 허무하게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재차 읽으면서 오히려 처음 읽었던 것과 조금은 다른 마음이 들었고, 내가 쓰려고 했던 내 이야기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작은 확신이 생겼다.


제안이 온 곳은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지식공유 플랫폼'을 제작하는 회사였고,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오디오 콘텐츠 북을 제작하는데 내게 '멘토'를 제안한 메일이었다. 다시 천천히 읽으며 내가 쓸 수 있는 내용인지, 내 이야기를 얼마나 진솔하게 쓸 수 있는지를 따져보며 확인해 보았다. 이후 해당 플랫폼을 제작, 판매하는 웹 사이트도 확인해 보고, 요청이 온 MD에게 어떤 내용을 쓰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메일도 보냈다.


이후 담당 MD가 보낸 메일을 통해 진행 절차와 작성요령 등을 확인하고서 내 글이 필요한 취준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해 글을 쓰다 보면 지금의 내 글과는 또 다른 글 쓰는 재미와 보람도 함께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이렇게 수락 후 최초 1차 작성분까지 글을 써서 보내달라는 메일이 왔고, 마감 기한이라는 날짜를 처음 받게 되었다. 메일을 수신 후 7일~10일 이내에 작성해서 담당 MD에게 전달해야 했고, 난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주말에는 아예 노트북을 켜놓고 틈나는 대로 책상에 앉아 글을 써내려 갔다. 그렇게 10일 만에 마감기한이라는 것을 맞추고 보낸 분량이 A4 용지 기준 20페이지. 다행히 담당 MD의 1차 피드백은 수정 분량이 많지 않다고 했고, 1차 작성본 20여 페이지 원고에 대한 피드백, 계약을 하고 싶다는 회사 측 의견과  전자 계약서를 함께 보내왔다.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난생처음 내 이름으로 계약을 해보는 거라 설레고, 흥분됐다. 종이책을 출간 계약하는 작가들의 기분이 어떨지도 조금은 상상이 되었다. 이렇게 1차 피드백 후 다시 일주일간의 작업이 계속되었고, 1차 때보다 더 많은 분량의 페이지에 글을 채워야 했다. 3주에 걸친 작업 끝에 5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마무리했고, 아직까지 최종 피드백이 남아있지만 마감이라는 기분 좋은 압박과 마치 내가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조금 들뜨기까지 했다. 현실은 아직 배울게 많은 미완의 작가지만 난 그렇게 내 꿈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앞으로 2차 피드백이 오면 글의 수정과 최종 퇴고 그리고 오디오북이라는 특성상 직접 육성 녹음을 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브런치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작지만 수확을 거둔 것 같아서 스스로가 조금 대견했다.

 

'마감이 준 압박'


아마 오랫동안 기억 속에 즐거웠던 경험을 안긴 추억 하나로 남아있을 것 같다.



난 다른 작가들에 비해 성과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아직은 없다. 그래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 마음과 꾸준함이 있기에 오늘도 난 계속 글을 쓰고 있고, 내일도 글을 쓸 것이다. 내 글이 누군가를 위한 위로와 응원의 글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글을 쓰는 내 마음은 오늘도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내게도 10대에 꾸던 꿈, 20대에 꾸던 꿈도 과거의 내게는 소중한 꿈이었다. 그때처럼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난 브런치에서 뒤늦은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지금 난 10대, 20대 때와 같이 뜨거운 열정과 대단한 포부를 안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꿈을 좇는 난 한 발, 한 발 천천히 앞으로 가기도, 잠시 멈춰서 쉬기도 한다. 꿈을 좇기 위해 꾸준히 뛸 체력은 안되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갈 여유와 가족의 응원이 있으니 그거면 됐다. 그러다 보면 혹시 내가 꿈꾸던 그 자리에 언젠가는 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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