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인데 하늘에서 눈이 와요

졸업식의 풍경도 세월과 함께 변해간다

by 추억바라기

새해가 밝으면서 새로운 소식들을 많이 접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 행복 등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일들도 많지만 오랜 기간 다녔던 곳을 떠나거나, 헤어짐을 겪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에서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이 한 번 이상은 겪어 봤을 일이 졸업식이다.


졸업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만 있던 아이들이 성장을 위해 학습을 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 책임을 배우고, 배려, 협력 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경험하는 첫 번째 인생의 ''가 학교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학교라는 곳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절대적인 곳이다. 이런 학교는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을 다녀야 졸업이라는 이름으로 다녔던 학교와 그리고 함께 했던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졸업 시즌이 모두 2월 초였는데 최근에는 1월에 많이들 졸업식을 한다. 과거 졸업식의 풍경은 장소만 달랐지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요즘의 졸업식 풍경은 과거 졸업식 때와는 사뭇 다르다. 난 우리 아이들의 모든 졸업식을 쫓아다니면서 변화하는 졸업식 풍경을 봐왔다. 과거 내가 졸업했을 때와는 많이 달랐고, 큰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졸업식의 풍경도 또 달랐다.


♬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 있거라 아우들아….


내 졸업식은 늘 눈과 관계가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모두 눈을 맞거나 혹은 졸업식 전날까지 퍼부었던 눈으로 쌓인 눈을 밟으며 졸업식을 했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눈이 오는 날 졸업식을 했었고, 그 당시(1986년 2월) 에는 시골 초등학교에 강당이나, 체육관이 없었던 시절이라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운동장에서 졸업식을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교장 선생님이 졸업식 축사를 할 때는 꼼짝없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아이들 머리 위로 쌓였던 눈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졸업식 전날까지 며칠을 내렸던 눈 때문에 온 세상이 눈 밖에 보이지 않았고, 학교 운동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졸업식 준비를 위해 깊게 쌓였던 눈을 치우느라 후배들은 아침부터 분주했었다. 하지만 후배들의 고생에 비해 치울 눈의 양이 너무 많아서 모두 치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덮인 운동장에서 졸업식은 진행됐었고, 졸업식 내내 넘어지고, 미끄러졌던 친구들이 여기저기 속출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얀 밀가루를 뿌려대던 짓궂은 일부 졸업 동기들 때문에 묻은 게 눈인지 밀가루인지 헷갈린 모습으로 졸업사진을 여러 차례 찍기도 했었다. 30년이 되었을 그 당시 졸업 사진이 이젠 남아있지 않지만 그날의 기억들은 매년 졸업 시즌이 되면 내 추억으로 소환이 되고는 한다.


추억은 반복되고, 그런 추억 속에 또 그렇게 쌓여간다.


눈은 큰 아이의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 때도 내렸었다. 과거 내 졸업식 때 쌓였던 눈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며, 놀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울까 봐 추억 하나를 더 남겨주는 하늘의 배려인 것 같았다. 졸업식과 그날의 하얀 눈은 그렇게 잘 어우러져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들에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아들의 추억 속에 수북이 쌓였다.


졸업식 풍경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기억은 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모두 교실에 모여 졸업장을 받을 때였던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끝날 것 같은 교실 풍경도 선생님의 감성적인 목소리로 마지막 축하 인사나 작별을 이야기하거나, 교실에 한 명만 눈물 수도꼭지를 개방하고 흐느끼기 시작하면 교실 전체가 이내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 버리곤 했다. 물론 대부분 여학생들이 이 눈물샘 개방의 당사자들이지만 간혹 감수성 풍부한 남자아이들도 가끔은 동참하기도 했었다.


재작년엔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했다. 내리던 눈과 추위로 아들의 졸업식은 학교 내 강당에서 진행되었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졸업식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지루한 행사로 졸업식의 설렘을 반감시켰던 예전과는 달리 신선했고, 보는 내내 즐거웠다. 과거 졸업식에는 순서가 뻔했고, 졸업식 또한 지루함과 추위로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건 학생들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은 졸업식이 있기 꽤 오래전부터 졸업식에서 선보일 무대를 준비하는 아들을 보면서 졸업식 풍경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엑소의 'Tempo' 노래에 맞춰 아들과 아들친구 9명은 연습했던 군무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 선보였고, 보는 내내 아들과 아이들의 춤사위를 눈에 담느라 즐거웠던 졸업식이었다. 딸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딸아이도 졸업식 전부터 방문을 닫아놓고 꽤 오랜 날들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더니 무대 위에서 ITZY의 '달라 달라'에 맞춰 춤추는 딸아이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준비한 만큼의 실력을 뽐냈었다.


올해의 졸업식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졸업식이 유행처럼 성행하는 요즘이다. 당연히 접촉을 줄여야 하는 요즘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살면서 몇 번 있지 않을 졸업식에 대한 추억이 조금은 서글프게 기억될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한 해일 듯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몇 번의 졸업식이 더 남아있다. 다가 올 졸업식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자신들의 또 다른 출발을 축하하는 그림을 그려나갈까 하는 기대가 차오른다. 오늘 내 아이들에게 졸업은 '하나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만 이런 시작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삶에도 어떤 일의 끝이 있겠지만, 또 다른 일의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작년 어려운 한 해를 보내며 어려움과 작별을 고했다면, 새롭게 맞는 한 해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기대하며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기다린다.


하얀 눈은 추운 겨울 날씨에도 우리 마음엔 따뜻함을 선물한다. 그래서 그런지 추운 날씨에 내리는 눈은 우리의 내일을, 그리고 희망을 축하하는 메시지 같아서 좋다. 펑펑 내리는 눈은 그래서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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