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개인정보를 도용한 범인은 바로...

지나친 의심도, 지나친 확신도 하지 말자

by 추억바라기

"철수 씨 내 핸드폰 누가 도용해서 쓰나 봐요. 결제가 안돼요"




퇴근 후 아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난 tv 시청 중이었고, 아내는 스마트폰과 열심히 씨름 중이었다. 서로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고는 있었지만 평소에 보던 드라마도 아니고 해서 아내의 동태를 파악차 살짝 고개를 돌려서 아내를 봤다. 열심히 클릭도 해봤다가 자판도 입력했다가 무언가에 열심히인 아내를 보자 뭘 하는지 궁금해졌다. 살짝 물어볼까 입을 달싹거려봤지만 이내 난 입을 다물었다.


그 이유는 아내의 미간에 잡힌 주름과 씰룩거리는 입 때문이다. 지금 상태는 뭔가 안 풀리는 문제에 직면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는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곧 아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할 타이밍이 오기 때문이고, 잘못 껴들었다간 아내의 불만을 고스란히 내 잘못인양 쏟아낼 소리를 내가 들어야 하기 때문에 궁금해도 참기로 했다.


"철수 씨 내 핸드폰 누가 도용해서 쓰나 봐요. 결제가 안돼요"

내 짐작대로 아내는 곧 풀리지 않는 고민을 스스로 털어놓았다.

"왜요? 결제가 어떻게 안 되는데요"


관심을 갖는 내게 아내는 자신이 N포탈 쇼핑을 통해 물건을 골라 결제하려고 하면 자신의 전화번호로 다른 사람이 인증을 받아서 결제가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해킹당한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통에 아내는 더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누군가가 폰을 도용했다는 얘기에 심각할 법도 한데 우리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그냥 걱정스러운 얘기만 하다 어떤 조치도 못 하고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아내는 자주 이용하는 앱이고, 쇼핑 사이트이다 보니 불편함은 앱을 열 때마다 생겼다. 며칠을 전전긍긍하다 아내는 나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센터로 문의하는 글을 썼고, 그 문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 회신이 왔다. 고객센터에서 온 답변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고객님의 번호로 개인 정보를 입력한 고객인 '김 O 수' 님이 개인 신상정보에 고객님의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혹시 지인이나 가족이면 개인정보를 변경해서 다시 인증하시고 모르는 사람이면 다시 고객센터로 문의해 주세요'


아내는 고객센터의 답글을 보고 심증이 가는 사람이 한 사람이 있고, 자신 주변에는 '김 땡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딱 하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이내 아내의 시선은 딸아이 방으로 옮겨졌다.

"지수야, 김지수 빨리 나와봐. 셋 셀 때까지 빨리 나와라. 하나, 둘..."


아내는 딸아이를 긴급 호출하고서는 며칠 전 상황과 고객센터 답변 등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음엔 싸악 잡아떼던 딸아이는 가족 모두가 자신을 몰아세우자 못 이기는 척 자신의 폰에 설치된 N포탈을 열어 확인하는 시늉을 했다. 확인하는 동안도 자신은 여기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며 투덜대며 끝까지 오리발로 일관했다. 한참을 투덜대던 딸아이가 어느새 조용해졌고 어느새 얼굴엔 비굴한 웃음으로 아내 곁에 다가왔다.

"하하, 왜 엄마 번호가 내 개인정보로 저장되어있지? 난 기억이 없는데"


아내는 딱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위아래로 눈을 치켜뜨며 딸아이에게 개인정보를 바꾸라고 다그쳤다. 그렇게 딸아이의 개인정보를 바꾸고 나서는 아내는 결제가 정상적으로 잘 되는지 시험 삼아 쇼핑을 했다. 결제하고 나서 울리는 알람음이 울렸고, 반복해서 여러 번 울리자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이 아내에게 한마디 거든다.


"엄마 그간 못한 쇼핑 몰아서 하시나 봐요. 근데 몇 가지를 한꺼번에 사나 봐요. 거 심한 거 아니오~^^"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갖고 지나치게 의심을 하는 건 의심하는 사람을 병들게 한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만 가지고 의심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확신도 종종 사람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만들곤 한다. 자신의 기억만을 믿고 너무도 확신하거나, 강하게 부정하는 일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사람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만일 그것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었을 때는 쌓아왔던 깊은 신뢰는 깨지고, 회복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일을 대하는 자세에는 너무 강한 부정도, 지나친 확신도 피해야 한다. 상황에 맞게, 그리고 필요에 따라 대응하는 요령이 적절하게 필요해 보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