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육하원칙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를 해야 오랫동안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다
'♬~♪~ 안녕하세요, 현재 시각은 오전 7시입니다. 현재 기온은 섭씨 20도...'
주말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평일 출근 알람과는 다르게 주말 알람소리에는 행복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일어나서 할 일이 평소 출근 루틴의 움직임보다는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평일 알람과 같이 단잠을 깨우는 소리지만 그래도 신이 나는 건 일어나서 내가 할 글쓰기에 대한 마음 때문일 테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글을 쓸 줄도 안다. 누구나 학교를 다니며, 직장을 다니며 글을 써봤고, 글을 쓰고 있다. 초등학교땐 숙제였지만 독서 감상문을, 학창 시절엔 마음속과는 다르지만 억지스러운 반성문도 여러 번 써봤을 것이다. 감수성 풍부했던 사춘기 때에는 감정 가득 일기도 써봤을 것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도 한두 번은 경험했다.
살다 보면 글을 써야 할 일은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글쓰기 앞에서는 두려움이 앞선다. 글쓰기에 이유가 없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썼던 글쓰기에는 이유뿐 아니라 동기도 있었다. 하지만 막연히 글을 쓰라고 하면 당장에 드는 생각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등 '누가'를 제외한 육하원칙이 떠오른다. 기사나 보도문에 있는 육하원칙을 글쓰기에 적용해 봤다.
우선 글은 언제, 어디서 쓰는 게 좋을까?
글 쓸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사람들마다 글이 잘 써지는 시간대가 다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쓰는 것이 가장 좋다. 꼭 마쳐야 하는 숙제같이 부담을 갖지는 않더라도 지켜야 할 루틴처럼 반복하는 것이 좋다. 글의 주제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감성이 풍부해지는 늦은 밤이나, 머리가 맑은 새벽시간을 권한다. 비 오는 오후도 괜찮다. 하지만 매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비가 오기는 힘이 들 테니 특별한 조건의 시간은 지양하는 게 좋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쓰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쓰기 5년 차인 내게도 빠지지 않고 지키는 게 바로 글 쓰는 시간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이상 주말 아침 2시간은 글을 쓰며 나를 채운다. 빼고 싶지 않은 루틴이다. 글쓰기는 습관이다. 습관처럼 몸에 붙이기 위해서는 글 쓸 시간을 정해놓는 것이 가장 좋다.
어디에서 그리고 어디에다 글을 써야 할까. 글 쓰는 시간만큼이나 장소도 중요하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브런치스토리에 글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내 글들이 포탈에 올라가며 많은 조횟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 일 이후 틈만 나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썼고, 밥 먹던 식탁에서도 글을 썼다. 가끔은 외근을 나갔다가 잠깐 짬이 났을 때도 글쓰기를 할 정도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글쓰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치 중독같이 찾아든 글쓰기로 본업이나, 일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주의와 경계가 필요했다.
글 쓰는 장소에는 큰 구애(拘礙)는 없다. 하지만 글도 익숙한 곳에서 쓰는 것이 좋다. 글은 동적인 운동이 아닌 정적인 놀이에 가깝다. 따라서 변화하는 환경이나 새로운 장소보다는 늘 익숙한 곳에서 쓰는 것이 마음의 동요 없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이 분주하면 글도 마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감정에 매몰된 글은 공감을 이끌기 어렵다. 그래서 글도 평온한 마음으로 익숙한 장소에서 쓰는 것이 적합하다. 자신의 서재나, 자주 가는 카페 혹은 근처 한적하고 조용한 산책로도 좋다.
최근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티스토리, 블로그가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글을 쓰려는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고, 수익 창출의 기회까지 주는 다양한 공간들이 존재한다. 브런치 스토리, 오마이뉴스에 이어 최근에는 알라딘의 창작자 공간인 투비컨티뉴드와 밀리의 서재에서 기획해서 출시한 밀리로드까지.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플랫폼들은 넘치다 못해 포화상태다.
오히려 이렇게 다양한 창작공간이 생기다 보니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은 골라서 쓰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출간의 기회를 위한 순수 창작 공간부터 주변 광고 수익의 기회와 글을 쓰며 수익이 나는 공간까지. 글을 쓰다 보니 수익창출은 쓰는 사람에게도 좋은 기회이자, 책임으로 다가온다. 각각의 플랫폼별로 특성과 장단점이 있으니 오히려 자신에게 적합한 글쓰기 공간을 찾는 것이 오랜 시간 글을 쓰기 위한 첫걸음이다.
무엇을 주제로 삼아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글쓰기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주제 선정이다. 어떤 글을 쓸지가 정해져야 글에 담을 메시지도, 전체적인 흐름도 잡아나갈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잘 쓰는 글쓰기 주제나 글감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함께 글 쓰는 작가님도 시작은 영화평으로 했으나 매번 영화를 봐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글쓰기 주제를 바꿨다고 했다. 자신이 가장 잘 쓸 직장 이야기로 주제를 바꾸고 나서 관련 책도 여러 권 내고 지금은 직장인 중견작가로 큰 활약 중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그날그날 생각나는 대로 계획 없이 쓰고, 발행하고 또다시 쓰고를 반복했다. 글은 차고 넘쳐가는데 글 주제 간에 연결점이 보이지 않는 주먹구구식의 집합체였다. 연재까지는 아니어도 매거진 같은 동일 주제로 글들을 묶어놓는 센스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누군가 내가 쓴 특정 주제의 어떤 글을 격한 공감을 같고 읽었다고 하자.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글의 이전글이나 다음글을 찾아 읽는다. 하지만 글들이 연결점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면 대부분은 다음글을 읽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하루 글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꾸준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쓰는 주체는 내가 될지라도 글쓰기 자체는 읽는 독자를 향해야 한다. 혼자 글쓰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글쓰기도 누군가 읽고 공감해야 재미가 생긴다.
내 글쓰기의 테마를 결정하게 되면 어떻게 글을 쓸지는 오히려 어렵지 않다. 자신이 가장 잘 쓰는 이야기를 글감으로 삼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조사도, 생각도 할 수 있다. 글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타인에게 노출하는 글쓰기를 많이 해야 한다. 매도 맞아야 맷집이 는다. 온실 같은 글은 일기장에 고이 숨기고, 수면 위 드러내는 글쓰기로 자신의 글을 보여줄 용기가 필요하다.
악플도 관심의 일종이다. 무관심보다는 관심이 낫다. 꾸준히 쓰기 위해서는 닥치고 쓰기보다는 자신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신만의 글쓰기 육하원칙을 세워서 지켜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