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평소에도 주말, 휴일에 늦잠을 자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이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 간단하게 스트레칭 후 머리부터 감고 덜 깬 잠을 깨워봤어요. 씻고 나왔더니 머릿속이 조금 더 맑아진 기분이네요. 고개 들어 올려다본 시계는 7시 30분이 조금 넘어 있습니다.
늘 주말, 휴일 가족들의 아침 식사를 책임지던 습관이 있었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고맙게도 아내가 어제저녁 카레를 준비해 준 덕에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요. 아직 9시가 되려면 한 시간도 더 남아서 재활용 쓰레기 정리 후에 혼자 먹을 밥상을 준비했어요. 카레에 김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카레를 워낙 좋아해서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아요. 따근 해진 밥과 카레를 입안 가득 물고 나니 은은히 퍼지는 카레향이 더욱 아침을 풍성하게 채우는 것 같아요.
밥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 주중에 보던 OTT를 마저 봤어요. 시리즈 한 편을 고스란히 시청하긴 어려웠지만 다른 취미활동을 하기에는 애매한 자투리 시간이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즐겨보는 채널부터 접속하고 봤어요. 사실 어제 봤던 이후 장면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덕분에 시원한 선풍기 아래 잠깐의 휴식이 주어졌어요.
9시에 온라인 모임이 있어서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지만 오늘은 빈 공간이 나지 않아서 조금은 초조합니다. 군대 갔던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 빈 방 없이 꽉 찼지만 그래도 9시 전에는 깰 거라는 희망이 남아 있었죠. 하지만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과 아내를 깨우기에는 주말, 휴일 단잠이 너무 필요해 보여서 열심히 가방을 쌌습니다. 계속 분주하게 움직였더니 아내가 잠이 깨서 어딜 가냐고 묻네요.
'응, 오늘 새로운 글 모임 오리엔테이션 줌(Zoom) 회의하는 날인데 거실에서 하긴 좀 그래서 집 앞 무인카페 나가요.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일어나서 식사해요. 다녀올게요'
시계를 봤더니 8시 50분이네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인 카페가 있어서 서둘지 않아도 늦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거리는 가깝지만 처음 만나는 회의자리라 마음이 급해지네요. 서둘러 카페에 도착해 커피까지 뽑고 나서야 숨을 크게 골라봤어요. 서둘러 노트북을 켜고, 와이파이까지 연결했더니 4분 전 9시네요. 늦지 않았음을 안도하는 것도 잠시 머릿속에선 이상하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근데 아직까지 왜 줌 링크를 안 주시지?'
의구심이 든 것도 잠시 갑자기 '싸~'한 생각에 단체 톡방의 공지글을 다시 봤어요. 공지글 제일 하단에 선명하게 쓰여 있는 모임일과 시간 앞에 '오후'라는 글씨가 이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헉~'
그래도 평소보다 덥지 않아서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보네요. 12시간을 일찍 서둘렀더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는 휴일 아침입니다.
한 단어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조금 더 꼼꼼히 봤으면 생기지 않아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지만 중요한 약속이었으면 곤란한 일이 생겼을 큰 일입니다. 과거 첫 직장 근무 때 예비군 훈련 날짜를 잘못 봐서 훈련일이 아닌 오후에 퇴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사무실을 나왔다가 한 시간도 안되어서 복귀했지만 그 일로 선배들은 두고두고 놀렸던 기억이 납니다.
'철수야, 회사에 그렇게 있기 싫었냐? 예비군 훈련날짜까지 착각할 정도로...'
당시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이었던 전 마음에 조금 더 여유가 없었던 하루, 하루를 보냈을 때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혼나지 않았지만 창피함 때문에 쥐구멍이 있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의도하지 않은 사고들이 생긴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잠깐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과실을 줄일 수도, 오해 살 일을 만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꼼꼼한 것도 성격이라고 하지만 평소보다 한 번 더 본다고, 한 번 더 생각한다고 불필요하게 허비하는 시간은 없습니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건너라고 했습니다. 작은 단어 하나를 놓친다고, 몇 마디 못 듣는다고 매번 큰일이 생기지야 않겠지만 반복되면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 할 행동인 건 맞습니다. 과실이나, 오해가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오랫동안 후회할 일이 되지는 않아야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