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펜트 하우스(4)

조력자

by 추억바라기

콰앙-!

낡은 철문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는 굉음과 함께, 사무실 안은 순식간에 회색 지옥으로 변했다. 문틈으로 굴러들어 온 최루탄 두 개가 맹렬한 기세로 매캐한 가스를 토해냈다.

"콜록! 쿨럭! 혀, 형님!"

민수의 비명이 연기 속을 갈랐다. 그는 눈물과 콧물을 쏟으면서도 본능적으로 손에 집히는 쇠파이프를 집어 들고 허공을 휘저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였다. 방독면을 쓰고 시야가 확보된 용역들은 민수의 움직임을 비웃듯 가볍게 피한 뒤 워커 발로 그의 복부를 정확히 가격했다.

"컥!" 민수의 몸이 'ㄱ'자로 꺾이며 낡은 소파 위로 처박혔다. 놈들은 쓰러진 민수의 등 위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민수야!" 재민은 눈을 뜰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소연을 자신의 등 뒤로 밀어 넣었다. 코와 입을 옷소매로 막았지만, 폐 깊숙이 파고드는 가스는 마치 불에 달군 바늘을 삼키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

"변호사 양반, 태산 출신이라더니 몸 쓰는 건 영 젬병이네? 펜대 굴릴 때랑은 다르지?" 연기 너머로 강동철의 비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이 아비규환을 감상하고 있었다.

"거기서 배운 대로 법대로 해보시지 그래? 아, 지금은 법전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가?"

재민은 이를 악물었다. 강동철의 조롱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태산의 펜트하우스에서 내려다보던 세상과 이 밑바닥의 진흙탕 싸움은 달랐다. 태산에 있을 때 재민은 이런 더러운 일들을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지시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폭력의 한가운데, 가장 약한 자의 위치에 서 있었다.

'퇴로는 없다. 창문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높이도 아니다. 민수는 제압당했고, 남은 건 나뿐이다.' 재민은 넥타이를 풀어 주먹에 감았다. 싸움은 질 게 뻔했지만, 적어도 소연이 도망칠 시간은 벌어야 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자신의 방식'이자, 지켜야 할 '룰'이었다.

삼단봉을 든 사내 셋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재민이 마지막 저항을 위해 몸을 날리려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콰-지직!

복도 쪽에서 무언가 둔탁한 것이 박살 나는,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입구를 막고 있던 용역 한 명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무실 안쪽으로 날아와 처박혔다. 마치 짐짝처럼 내동댕이쳐진 용역 남자는 벽에 부딪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뭐, 뭐야!" 강동철이 기겁하며 뒤를 돌아봤다. 자욱한 최루탄 연기를 뚫고, 육중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곰 같은 덩치. 기름때와 땀에 전 낡은 회색 작업복. 그리고 한 손에는 족히 3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몽키 스패너가 들려 있었다.

"어떤 놈들이 남의 영업장에서 행패야?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네." 걸걸한 저음이 좁은 복도를 울렸다. 사내는 방독면도 쓰지 않았지만 매캐한 가스 따위는 익숙하다는 듯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쇠파이프에, 날 선 회칼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도 놀라지 않는 용역들조차 주춤하며 뒷걸음질 쳤다.

등장한 사내 쪽을 바라보던 재민의 눈이 점점 커졌다. 연기 속에서도 그 실루엣은 잊을 수 없었다. 10년 전, 그가 국선 변호사 명함을 달고 처음으로 변론했던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마... 사장님?"

사내의 이름은 마도식. 재민이 초임 국선 변호사 시절 맡았던 '영등포 살인 미수 사건'의 피고인이었다. 당시 조직의 행동대장이었던 그는 보스를 대신해 감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쓰레기'라 불렀고, 국선 변호사들조차 대충 형량 협상이나 하라며 그를 외면했었다. 사실상 조직에서도 그를 저버린 상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초임이었던 재민만은 달랐다. 그는 마도식의 눈에서 체념과 억울함을 읽었다. 재민은 밤을 새워 CCTV를 뒤지고, 목격자를 찾아내 결국 그가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무죄를 받아냈다. 판결이 나던 날, 마도식은 법정에서 재민의 손을 잡고 펑펑 울었다. 그리고 맹세했다. 다시는 주먹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이후 재민이 태산이라는 거대 로펌으로 옮겨 승승장구할 때도, 그는 묵묵히 음지의 뒷골목에서 간판도 없는 기계 설비 수리점을 하며 재민을 멀리서 응원해 온 유일한 '바닥 친구'였다.

"어이, 최 변호사. 태산 가서 비싼 양복 입고 TV 나오더니, 다시 이런 흙탕물로 돌아온 거요? 오면 온다고 기별이나 할 것이지. 사람 섭섭하게." 마도식은 씩 웃으며 들고 있던 스패너를 손바닥에 탁탁 쳤다.

"저 새끼 잡아! 처리해!" 강동철이 악을 썼다. 사내 셋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도식은 피하지 않았다. 선두에 선 놈이 삼단봉을 내리치려는 순간 마도식의 거친 손이 놈의 멱살을 낚아챘다. "어디서 어설픈 양아치들이 연장을 들이대?"

그는 놈을 그대로 들어 올려 반대편 벽으로 메다꽂았다. 쾅! 건물이 울릴 정도의 괴력이었다.

"태산이고 나발이고, 내 구역에선 내가 법이야." 마도식의 움직임은 덩치에 비해 놀랍도록 빨랐다. 스패너를 휘둘러 두 번째 놈의 팔을 가격하고, 묵직한 안전화로 세 번째 놈의 무릎을 걷어찼다. "크악!" 단 10초. 강동철의 사냥개들이 바닥을 뒹굴며 신음했다. 그것은 헬스장에서 만든 근육이 아닌, 생존을 위해 단련된 '야수'의 싸움이었다.

강동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뒷걸음질 치며 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려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이 미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JS 홀딩스 강동철이야! 네놈들 다 죽여버릴 거야!"

마도식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빈 소화기를 집어 들었다. "JS? 쥐새끼(JS) 줄임말이냐?"

퍽! 마도식이 던진 소화기가 강동철의 머리 바로 옆 벽에 박히며 하얀 분말을 토해냈다. "으아악!" 강동철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마도식'이란 공포가 이미 그를 압도했다.

"최 변호사! 지금입니다! 나가요!" 마도식이 길을 터주며 소리쳤다. 재민은 정신을 잃어가는 민수를 부축해 일으켰다. 김소연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풀려 있었다.

"소연 씨, 뛰어요! 마 사장님, 뒤를 부탁합니다!"

"걱정 마쇼. 10년 전에 당신이 내 인생 구해줬는데, 이 정도 빚은 갚아야지." 마도식은 복도를 가로막고 서서, 다시 덤벼드는 놈들을 향해 스패너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수문장 같았다.

재민 일행은 비상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왔다. 1층 뒷문에 도착하자 건물 뒤편에 세워진 낡은 승합차 한 대가 보였다. 마도식의 설비 차량이었다. 겉은 녹슬고 찌그러졌지만, 엔진 소리만큼은 차주를 닮아 맹수처럼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타! 빨리!" 뒤따라 내려온 마도식이 운전석에 뛰어올랐다. 재민과 민수, 김소연이 뒷좌석 짐칸에 몸을 던졌다. 부웅-! 굉음과 함께 승합차가 출발했다. 뒤늦게 쫓아온 강동철의 패거리가 욕설을 퍼부으며 따라왔지만, 차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한 시간 뒤. 서울 변두리의 한적한 야산 아래 '마도식 기계 설비'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창고 안. 기름 냄새와 쇠 냄새 그리고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그곳은 마도식의 작업장이자 은신처였다. 사방에는 해체된 엔진 부품과 용접기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조된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아니-, 최 변호사. 태산 파트너 명함 달고 뉴스 나올 때가 엊그제 같은데, 꼴이 이게 뭐요?" 마도식은 투덜거리며 구급상자를 던져주었다. 겉모습은 험상궂은 산적 같았지만,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따뜻한 보리차를 내오는 손길은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섬세했다.

"죄송합니다. 급한 김에 생각나는 사람이 사장님 밖에 없어서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요." 재민은 민수의 터진 입술을 소독해 주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 태산의 화려한 대리석 로비와 최고급 가죽 소파보다, 기름때 묻은 이 창고의 플라스틱 의자가 지금은 훨씬 든든하고 편안했다.

마도식은 쯧쯧 혀를 차며 김소연에게 두툼한 군용 담요를 덮어주었다. "아가씨는 많이 놀랐겠네. 이거라도 덮고 있어. 좀 냄새는 나도 따뜻할 거요." 김소연은 덜덜 떨면서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이 거친 사내에게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그는 '진짜 어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근데 저 놈들 뭐요? 강남 놈들 같던데, 냄새가 아주 구리더만." 마도식이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김소연을 보고는 슬그머니 도로 집어넣었다. 재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김소연의 사정과 JS 홀딩스, 그리고 박수현의 만행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도식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파였다.

"허... 박창길 아들내미가 약쟁이에 강간범이다? 가지가지하는구먼. 옛날에 내 누명 씌웠던 그놈들보다 더한 종자네. 돈 좀 있다고 사람을 벌레 취급해?" 그는 옷소매를 걷어붙이며 굵은 팔뚝을 드러내고, 누군가를 향해 경고하듯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검찰청 가서 다 까발리겠다 이거요? 태산 놈들이랑 JS가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텐데?"

"네. 그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태산 놈들 스타일 제가 잘 압니다. 여론전으로 사람 바보 만드는 거, 그게 걔들 특기거든요. 시간 끌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겁니다. 아마 소연 씨는 정말 사회에서 매장당할 겁니다. 정면 돌파밖에 답이 없습니다." 재민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 순간만큼은 거리의 변호사가 아니라, 냉철한 승부사의 눈빛이었다.

마도식은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쉽지 않을 텐데. 그놈들, 오늘 놓쳤으니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거요. 내일 검찰청 가는 길목마다 진을 치고 있겠지. JS 홀딩스 경호팀이면 군부대와 마찬가지 규모일 텐데. 저 아가씨 얼굴이 이미 팔렸다면서? 택시만 타도 기사들이 알아볼 판인데, 길바닥에서 납치당하기 딱 좋지 않겠어요."

재민도 그 점이 가장 걱정이었다. 은신처는 해결됐지만, 내일 아침 이동하는 것이 문제였다. 태산의 정보력과 JS의 조직력이 합쳐지면, 서울 시내 어디든 그들의 손바닥 안이었다. 차량 번호 조회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방법이... 없을까요?" 민수가 퉁퉁 부은 입술로 물었다. "형님 기술이라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마도식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창고 구석에 덮여 있던 거대한 방수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최 변호사, 기억나나? 국선 시절에 당신이 내 재판 이기려고 오토바이 타고 현장 검증 다니던 거. 그때 최변이 그랬지. '법정까지 가는 길이 막히면, 벽을 뚫어서라도 가야 한다'라고."

마도식이 천막을 걷어냈다. 뽀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곳에는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된 오토바이 두 대와, '응급 출동' 경광등이 달린 사설 구급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저게... 구급차 아닙니까?" 김소연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마도식은 구급차 보닛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겉은 낡은 구급차인데, 속은 좀 다르지. 엔진을 튜닝해 놔서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잘 나가거든. 저거면 검찰청 정문까지 프리패스요. 강남 한복판에서 사이렌 울리고 달리면 경찰 할애비도 길 터줘야지. 놈들이 아무리 깡패라도 구급차를 막으면 그 자체가 뉴스감이니까."

재민은 구급차와 마사장을 번갈아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구급차라면 놈들이 함부로 막을 수 없다. 막는 순간 그 자체가 또 다른 이슈가 된다. 태산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여론의 역풍이다.' 우아한 여론전의 맹점을 이토록 무식하고 확실하게 찔러갈 줄은, 그 판을 짠 태산조차 상상하지 못할 터였다.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완벽한 위장 전술이네요. 놈들의 허를 찌를 수 있겠습니다."

"이 바닥에선 흔한 수법이죠. 연예인들 행사장 갈 때도 쓰고, 조폭 놈들 작업 치고, 튈 때도 쓰고. 하지만 이번엔 정의 구현을 위해 '나의 VIP'를 태우는 거니까, 기름값은 안 받을게요."

마도식은 재민의 어깨를 툭 쳤다. 그 손바닥이 바위처럼 묵직하고 따뜻했다. "최 변호사. 당신이 태산 가서 잘 나갈 때, 솔직히 좀 섭섭하긴 했어요. 나 같은 놈은 이제 잊었나 싶어서. 근데... 오늘 보니 딱 알겠네. 당신, 비싼 양복만 입었지 속알맹이는 그대로구만. 여전히 똥통에 빠진 사람 구하려고 제 발 더럽히는 꼴 보니까 말이요."

재민은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잊은 적 없습니다, 마 사장님. 제가 변호사가 된 이유를 알려준 첫 번째 의뢰인이셨으니까요. 태산에 있을 때도... 사장님이 주신 그 스패너 열쇠고리, 항상 지니고 다녔습니다." 재민이 주머니에서 낡고 작은 스패너 모양의 열쇠고리를 꺼내 보였다. 마도식이 무죄 판결을 받은 날, 직접 깎아서 선물했던 것이었다.

마도식은 쑥스러운 듯 코를 킁킁거리며 등을 돌렸다. "아따, 이 양반이... 오글거리지 않게 얼른 눈이나 붙이셔. 내일 새벽부터 전쟁 치르려면 체력 아껴야죠. 난 밖에서 망 좀 볼 테니까."

마도식이 쇠파이프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창고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김소연은 담요를 꼭 쥐고 재민을 바라봤다.

"변호사님... 저분, 정말 믿어도 되는 거죠?"

"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약자를 때리는 주먹은 안 쓰는 사람입니다. 오늘 밤은 발 뻗고 자도 돼요. 저 사장님이 지키는 문은 탱크가 와도 못 뚫거든요."

재민은 노트북을 켜고 내일 있을 기자회견문을 다듬기 시작했다. 민수는 소파에 기대어 코를 골기 시작했고, 김소연도 긴장이 풀렸는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창고 밖, 달빛 아래에서 마도식의 거대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 투박한 그림자가 그 어떤 성벽보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9시 50분.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는 이미 마비 상태였다. JS 홀딩스 측이 고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설 경호업체 차량들과 덤프트럭들이 교묘하게 진입로를 막고 있었다. '도로 공사 중'이라는 팻말까지 세워둔, 명백하고 치졸한 진입 방해였다.

JS 홀딩스 본사 펜트하우스에서 이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박수현은 낄낄거렸다. "강 이사, 아주 잘했어. 저래서야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겠네. 기자회견? 꿈 깨라지."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도로 저편에서 귀를 찢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삐용- 삐용- 삐용-!

정체된 도로 위, 차들이 홍해처럼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 사이로 낡은 사설 구급차 한 대가 미친 듯한 속도로 질주해 오고 있었다. 강동철의 부하들이 당황하여 무전을 쳤다.

"이사님! 구급차가 오는데요? 이거 어떻게 합니까?"

"막아! 무조건 막아!"

하지만 마도식은 브레이크 대신 액셀을 밟았다. 튜닝된 엔진이 괴물 같은 굉음을 토해냈다.

"비켜! 응급 환자야! 다 밀어버린다!" 마도식이 확성기로 고함을 지르며 핸들을 꺾었다.

구급차는 길을 막고 있던 덤프트럭의 범퍼를 스치듯 지나치며, 바리케이드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덤프트럭 기사는 구급차를 들이받았다가는 특수폭행, 손괴죄뿐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쓰레기'로 몰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급히 핸들을 틀었고, 그 틈을 마도식은 놓치지 않았다.

구급차는 그대로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마당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끼익-! 타이어 타는 냄새와 함께 구급차가 멈춰 섰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며 주변 사람들의 시야를 하얗게 삼켰다. 쏟아지는 셔터 소리 사이로 구급차 뒷문이 활짝 열렸다. 먼저 내린 사람은 말끔한 정장을 입은 재민이었다. 그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 당당히 섰다. 그 모습은 거리의 변호사가 아닌, 한때 법정을 호령했던 '태산'의 에이스 변호사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뒤로, 마스크를 벗고 결의에 찬 표정을 한 김소연이 민수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진실이 담긴 USB와 낡은 다이어리가 들려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마도식이 몽키 스패너를 허리춤에 차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기자 선생님들, 길 좀 트셔! 이러다 해 떨어져 이 양반들아!" 그 압도적인 포스에 접근하려던 사복 용역들과 구경꾼들이 주춤하며 물러섰다.

재민은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옆에 김소연을 세웠다. 그의 시선은 카메라 렌즈를 뚫고, 이 모든 판을 짠 태산의 펜트하우스와 JS 홀딩스를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

"안녕하십니까. 변호사 최재민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광장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포식자의 가면을 벗기겠습니다." 재민의 선언과 함께 진실의 전쟁 서막이 열였다. 그 뒤에는 야수 같은 조력자, 마도식이 팔짱을 낀 채 든든한 산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