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날 수 없는 악몽, 반전의 미학

클레어 맥킨토시의 '너를 놓아줄게'

by 추억바라기
아무리 비명을 질러봐야 소용없어.
너에게 난 절대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니까.




오늘은 스릴러 소설 한 편을 소개드려요. 여름에 읽었던 책인데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는데 제격인 듯싶었어요.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임에도 그 상업성과 작품성 둘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에요. 더 놀라운 것은 작가가 문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라 12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렇게 특별한 이력을 가진 작가의 처녀작(處女作)인 『너를 놓아줄게』는 출간되자마자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어 42주 이상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으며 지금까지 영국 전역에서 5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전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계약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후에도 두 권의 소설이 더 국내에 소개되었어요. 『나는 너를 본다』,『나를 지워줄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든 작가의 힘은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과 신인 같지 않은 구성의 힘이 느껴졌어요. 한 번의 반전이 아닌 읽어나가면서 2~3번의 반전을 경험했어요. 다만, 인간 심리 자체의 해석이나 불필요해 보이는 상황 설정, 이에 따른 상황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한 장면들이 간혹 있어서 조금은 답답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나머지 두 권의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클레어 맥킨토시의 팬이 되었습니다. (스포 있어요! 주의)




난데없이 자동차 한 대가 나타난다.
젖은 브레이크가 끼익 소리를 내자 다섯 살배기 소년이
쿵 하고 차창에 부딪혀 빙그르르 돌더니 땅에 내동댕이쳐진다.
엄마는 아들을 쫓아 아직 멈춰 서지 않은 자동차 앞으로 달려간다.
그러다 미끄러져 손바닥을 펼친 채 넘어진다.
그 충격으로 숨이 막힌다.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났다.
엄마는 아들 옆에 웅크리고 앉아 정신없이 맥박을 찾으며 한 줄기 흰구름처럼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자신의 입김을 본다.


이야기는 이 교통사고 하나로 시작된다. 제이콥이라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그의 엄마의 품에서 목숨을 잃고, 사고를 낸 자동차는 아이를 치고, 아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도주한다. 절망에 빠져 절규하는 엄마는 사건을 조사하는 레이와 케이트에게 어떠한 정보도 주지 못한다.


스스로 다섯 살 아이를 지키지 못한 자책감과 마을 사람들의 어린 자식을 길가에 뛰어들게 했다는 모성애 자체에 대한 의심 어린 차가운 시선에 제이콥의 엄마는 못 견뎌했다. 아이의 엄마는 스스로 살던 마을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사건 당일 비도 와서 브레이크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고, 다른 목격자 조차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 뺑소니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되고, 레이와 케이트는 안타깝지만 사건을 종결 처리하게 된다.

사건 발생 이후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제나 그레이. 그녀의 첫 등장에서만 보아도 어딘가 많이 불안해 보이고, 온전치 못한 몰골 등에서 그녀의 심리가 정상 상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이콥 사건과 관련됨을 몇 차례 암시하지만, 글을 읽는 중간쯤까진 오히려 잠적한 제이콥의 엄마 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줄거리가 전개됨에 따라 그녀의 과거를 조금씩 엿볼 수 있게 되고, 그녀가 결혼까지 했었던 전력을 알 수 있게 된다. 베선과 패트릭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스완지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던 제나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사건 경과한 지 1년이 되어갈 즈음, 제이콥 사건을 포기하지 못한 케이트는 레이에게 1년 기념으로 특별한 제안을 하게 되고, 이 제안으로 결정적인 단서를 찾게 된다. 바로 유력한 피의자를 찾은 것이다. 바로 제나 그레이. 스완지에 살고 있는 제나 그레이를 찾아 레이와 케이트는 긴급 체포를 위해 제나를 찾아가고.

레이는 제나 그레이의 냉담한 태도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분노로 울부짖지도, 한사코 부정하지도, 회한을 쏟아내지도 않았다.
케이트가 체포하는 동안 그가 찬찬히 살펴본 제나의 얼굴에는 안도하는 기색이 희미하게 스칠 뿐이었다.
레이는 허공에 발이 뜬 듯 까닭 모르게 불안했다. 1년 넘도록 제이콥의 살인범을 수사한 끝에 찾아낸 제나 그레이는 그가 범인일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제나의 담담함에, 그리고 그녀의 초연한 모습과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자백에 레이는 무언가 불안감에 붙잡히게 된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사건의 배경에 무언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하고, 레이와 케이트는 조금 더 신중하게 사건을 파고들게 되고, 놀랄만한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진다. 사건의 전말이 펼쳐지는 순간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해질 충격적 반전은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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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에 조금은 놀랐어요. 이 책에서 전체적인 시점은 두 개로 나뉘어요. 일반적인 3인칭으로 전개되는 작가 시점과 또 다른 1인칭 시점이 존재해요. 이야기의 초반부를 지나면 1인칭 시점에 나라고 하는 인물과 너라고 하는 제나의 이야기가 나와요. 처음에는 단순히 매끄럽지 못한 작가의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도전적 구성에 의아해했지만, 나라는 인물의 성향과 사건의 발생 동기 등을 설명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알고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고요.


오랜만에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여운은 제법 길었어요.

책의 결말을 얘기해 주고 싶지만, 이 포스팅에 매료된 독자분들께서는 직접 경험해 보시는 게 어떨까 해요. 평점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지 않으면 당연히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는 듯해서 평점은 무시하고 그냥 패스할게요. 스릴러 장르에 불편함이 없으면 적극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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