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3 금상 수상
"형 축하해요! 밥 한 끼 사요~"
울리는 진동소리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작년에 PCT를 다녀온 희남이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아 오늘이 발표일이지?'
브런치팀으로부터 수상 후보에 올랐다는 메일을 받고 난 후, 괜한 기대감에 애써 궁금함을 참으며 지낸 일주일이었다. 태연한 척 브런치에 접속해 수상 발표를 확인하니 떡하니 금상에 내 이름이 올라있었고, 브런치를 통해 히맨이란 트레일네임으로 함께 PCT의 추억을 정리하던 희남이도 은상에 이름이 올라있었다.
'다행이다. 둘 다 상을 받아서...'
그동안 주변 시선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는데, 이번 수상 소식 덕분에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었다. 사실,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더 기뻤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고 멋있는 말이지만, 이를 행한다는 것은 그 이면에는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은 공평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는 금전적인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남들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돈을 적게 혹은 아예 벌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래도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나는 주저 없이 이 길을 선택했다.
현시대의 사람들이 백 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적게는 일 년, 많게는 이년 정도의 시간도 나를 위해 보내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지내보는 것.
내가 가장 먼저 버킷리스트에 올린 한 줄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무대가 바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었다. 나는 그 길을 걸었고, 지금은 그 길을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버킷리스트에 적힌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쓴 책을 햇살이 내리쬐는 조용한 카페 창가에 앉아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함께 읽어 나가는 것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 일수도 있고 또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쓴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내가 겪은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짜릿한 경험이 될 것이니까...
며칠 전, 모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내가 다녀온 길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도전, 모험에 대한 열정과 아쉬움, 두려움 그리고 꿈..
쉽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길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벗어던지면 그 두려움 때문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스스로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항구에 정박해 평온한 배보다는, 위험할지라도 거친 바다를 건너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하는 한 척의 배가 되고 싶다"
PS,
부족한 제 글을 항상 응원해주시고 읽어주시는 구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늘 파이팅하세요!
"Almost t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