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의 진정한 의미
"하이킹"은 산과 들, 해변을 도보로 여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백과사전 등에서 하이킹에 대한 의미를 "가벼운 옷차림이나 장비로 고원, 평야, 구릉, 해안지대 등을 거닐며 자연을 즐기는 행위"로 표현하고 있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장비를 준비해 길을 나서는 행위를 하이킹이라고 하는 것이다. 도보로 이동한다면 하이킹, 자전거로 이동한다면 자전거 하이킹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각 나라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러한 행위를 하이킹이라 부르는 게 보편적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하이킹이란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있다. 포괄적인 개념의 하이킹이란 단어보다는 조금 더 세부적이고 개별적인 의미로 각각의 행위에 대해 "등산"이나 "백패킹", "트레킹"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낮은 동네 뒷산을 가볍게 오르는 것에서부터 천 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는 모든 행위를 "등산"이란 단어로 표현하거나 혹은 그 행위의 장소나 기간에 따라 "백패킹"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등산이라는 단어는 자주 듣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기에 이해하기 쉽겠지만, 백패킹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백패킹이란, 일반적으로 '짊어지고 나른다'(Backpacking)라는 뜻으로 1박 이상의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말한다. 일본어 사전에서는 "도보 여행. 야외생활 용구를 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방랑 여행을 하는 일"이라고 나타나 있다.
사실 백패킹이라는 단어가 내가 하는 행위, 즉 1박 이상의 야외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도보여행을 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가 변색되어가고 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일어난 캠핑 붐이 백패킹이라는 취미로 이어져 지금은 수많은 동호회가 생겨나 운영될 만큼 여가시간을 배낭을 메고 자연으로 나가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야외에서의 1박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나서지만 비교적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도 법의 규제(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산에서의 야영 및 취사 행위가 법으로 제한되어 있다)에 막혀있다 보니, 이런 행위가 허용되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백패킹 본래의 목적보다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 하루 저녁 먹고 즐기는 모임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장소만 자연인 것이지 그 행위 자체는 캠핑과 다를 것이 없게 된 것이다. 본인에게 주어진 여가를 즐기기 위해 그 시간을 즐기는 방식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백패킹이라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자연을 즐기기 위해 산과 들을 자유롭게 도보로 여행하는 것. 그리고 그 여행이 길어져 하루로는 부족할 수도 있기에 1박 이상의 야외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어 나서는 백패킹이라는 이 활동에서 야영, 혹은 숙영이라는 행위는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서 야영이라는 행위의 사전적 의미는 휴양이나 훈련을 목적으로 야외에 천막을 쳐놓고 하는 생활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백패킹이라는 활동에서의 그 의미는 거의 목적성에 이르고 있다. 백패킹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목적 자체가 야영이라는 행위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야영이라는 행위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써, 1박 혹은 그 이상 자연을 즐기기 위해 산이나 들, 해변을 도보로 여행하는 것.
이것이 내가 바라고 지향하는 백패킹의 진정한 의미이고, 여기서의 백패킹은 하이킹이라는 활동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앞서 하이킹이라는 행위를 산과 들, 해변을 도보로 여행하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이러한 하이킹이라는 개념에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 행위의 기간에 따라 데이 하이킹, 멀티데이 하이킹, 장거리 하이킹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그래야만 백패킹이라는 활동을 포괄하는 의미의 하이킹이라는 표현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적 표현은 이미 미국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하이킹의 세부적 표현이기도 하다.
하이킹의 구분적 표현에 대한 의미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아래와 같다.
데이 하이킹(Day-Hiking)이란 비교적 짧은 거리를 그에 맞는 간단한 장비를 갖추고 당일로 도보여행하는 것.
멀티데이 하이킹(Multiday-Hiking)이란 비교적 긴 거리를 그에 맞는 장비를 갖추고 1박 혹은 그 이상으로 도보여행하는 것.
장거리 하이킹(Long Distance-Hiking, Thru-Hiking)이란 긴 거리를 그에 맞는 장비를 갖추고 장기간 도보여행하는 것.
여기서 멀티데이 하이킹과 장거리 하이킹을 구분하는 거리 혹은 기간은 주관적이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를 하이킹하는 행위를 장거리 하이킹으로 구분하고자 한다. 쉽게 예를 들자면 주말이란 시간 동안 1박 2일의 하이킹을 가는 것은 멀티데이 하이킹, JMT(존 뮤어 트레일)이나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등과 같이 종주를 위해서 1주일 이상이 걸리는 하이킹을 가는 것이 장거리 하이킹인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도 있지만 1박 이상의 멀티데이 하이킹을 즐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장비나 자연 속에서 지켜야 할 것 등 몇 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많다. 앞으로 이러한 내용 중심의 하이킹이란 주제로 본 매거진 '하이킹닷컴'에서 부족한 글을 써 나가고자 한다.
한 명의 하이커로써,
올바르고 건강한 하이킹 문화가 널리 퍼질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