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시대, 십자가 위의 유대인
1938년, 유럽은 이미 전쟁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거리에서 모욕하고 회당을 불태우던 ‘수정의 밤(Kristallnacht)’ 직후, 샤갈은 절망적인 소식을 파리의 작업실에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붓을 들고, 한 인물을 캔버스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러나 그의 몸은 전통적인 붉은 피가 아니라, 눈처럼 차가운 하얀빛으로 빛납니다. 《하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White Crucifixion)는 단순한 종교화가 아니라, 샤갈이 당대의 고통을 담아낸 시대의 초상화였습니다.
샤갈은 1910년대 초 파리에서 자유와 실험을 만났지만, 1930년대 후반의 파리는 점점 전쟁의 전조로 뒤덮였습니다. 그는 러시아 혁명기를 거쳐 독일과 동유럽의 반유대주의를 직접 목격했고, 이 시기에는 이미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탄압이 노골적으로 퍼져 있었습니다.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나 토라의 언어와 성화를 보고 자란 샤갈은, 예수를 유대 민족 전체의 상징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의 눈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는 기독교의 구세주이기 전에,
억압받는 유대인의 얼굴이었습니다.
캔버스의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있습니다. 흰색의 수의가 빛을 발하며, 마치 시대의 어둠 속에서 마지막 희망처럼 떠오릅니다. 그의 머리에는 유대인의 기도용 스카프 ‘탈리트’가 둘러져 있어, 그리스도가 유대인의 정체성을 지닌 인물로 재현됩니다.
화면 주변에는 불타는 회당, 성경을 안고 달아나는 인물,
배를 타고 도망치는 사람들, 군인의 침입 장면이 뒤섞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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