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그림으로 읽는 모딜리아니] 7편 여인의 초상

〈1917–18, 클리블랜드 미술관〉

by 이안

1. 전시실의 고요와 첫 만남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느끼는, 공간을 채운 정적은 독특한 밀도를 가지고 있다. 파리 오르세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관람객의 웅성거림이나 뉴욕 메트의 전시실을 가득 메운 인파와는 다른 결의 고요함이다. 미국 중서부라는 지리적 맥락과 맞닿아 있는 이 미술관의 공기는 차분하고 묵직하다. 조명은 과장되지 않게 은은히 퍼져 있어 작품을 둘러싼 긴장을 끌어올린다.


바로 그곳에서 마주한 모딜리아니의〈여인의 초상〉은
마치 깊은 밤에 스치는 바람처럼 관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들의 기척이 줄어든 순간, 화면 속 여인은 고개를 기울이고 초록빛 눈을 치켜들며 무언의 대화를 시작한다. 무심한 듯하지만 차갑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려 하면 아득히 멀어지는 기묘한 긴장을 품고 있다.


2. 마지막 시기의 작업과 모델


이 그림은 1917년과 1918년 사이, 모딜리아니의 생애 후반기에 그려졌다. 당시 그는 이미 폐결핵과 알코올, 아편으로 몸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고, 삶의 종말이 멀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예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집요하게 모델들을 불러들여 그림을 쏟아냈다.


하루에도 여러 점의 초상을 완성할 만큼 몰입했으며, 파리 몽파르나스의 좁은 아틀리에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모델이 누구인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모딜리아니는 이름과 지위를 지우고,
얼굴과 시선, 손끝의 선율만으로 인간 존재를 포착했다.
그의 붓은 인물의 이력서가 아니라,
존재의 흔적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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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Woman), 1917–1918, 클리블랜드 미술관 (The Cleveland Museum of Art), Hanna Fund 기증, 1951.


3. 얼굴과 눈, 자화상이 되는 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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