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그림으로 읽는 모딜리아니] 9편. 작은 농부

〈작은 농부, 1918, 테이트 모던〉

by 이안

1. 테이트 모던에서 마주한 소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전시실 한쪽, 관객들의 발길이 잠시 느려지는 곳에〈작은 농부〉가 자리한다. 대도시의 속도와는 다른, 한적한 시골길의 공기 같은 그림이다.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소년은 단순한 모습이지만, 그의 표정에는 도시와는 다른 느린 리듬과 묵묵한 강인함이 서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붓질의 흔적이 한 겹 한 겹 살아나며, 시골의 흙냄새와 바람이 전시장 공기 속에 스며드는 듯하다.


2. 남프랑스로 떠난 피난과 창작


1918년, 모딜리아니는 전쟁과 가난, 그리고 병약한 몸을 피해 연인 잔 에뷔테른과 함께 남프랑스로 내려갔다. 카뉴쉬르메르와 니스에 머무르며 그는 잠시나마 다른 공기를 마셨다. 파리의 혼란과 거리를 둔 남부의 햇살과 바닷바람은 그의 붓끝을 달래주었고, 이곳에서 그는 여러 인물들을 그렸다. 작은 농부 또한 그 시절 방 안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잔의 초상과 같은 장소의 배경을 공유한다고 전해진다.


전쟁의 그림자 속에서도
그는 평범한 소년의 얼굴에 새로운 희망의 기운을 담아냈다.


3. ‘농부 소년’이라는 이름의 상징


모딜리아니는 캔버스 하단에 직접 ‘농부 소년’이라고 적었다. 그 이름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한 세대 전체의 삶을 상징한다. 전쟁으로 삶이 뒤흔들린 시대에, 땅을 지키는 농부 소년은 희망과 생존의 은유였다. 도시 예술가가 바라본 시골 소년의 얼굴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 힘을 증언하는 상징적 형상이 되었다.


〈작은 농부(The Little Peasant)> / 작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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