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그림의 브뤼헐] 2편. 눈 위의 사냥꾼

겨울의 고요, 인간과 자연의 리듬

by 이안

1. 서두 — 침묵의 계절, 돌아오는 사람들


눈 덮인 언덕 위로 세 명의 사냥꾼이 개들과 함께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그들의 어깨엔 빈 사냥틀이 걸려 있고, 발자국마다 눈이 깊게 파인다.

저 멀리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얼음 위에서는 아이들이 썰매를 탄다.


〈눈 위의 사냥꾼〉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의 끝과 휴식의 시작을 담은 시간의 초상이다.


브뤼헐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인간의 피로와
자연의 리듬이 서로 포개지는 순간으로 그렸다.


그 고요한 장면 안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돌아가고 있다.


2. 회화의 내면 — 깊이의 구조, 시선의 여정


이 그림은 놀라울 만큼 깊다.

앞의 사냥꾼에서 시작된 시선은 강물, 마을, 산맥을 지나 하늘로 이어진다.

그 거리의 층위가 단순한 원근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브뤼헐은 인간의 시선을 단 한 점에 고정하지 않는다.

그의 풍경은 관람자의 눈을 천천히 이동시키며,

그 움직임 자체가 삶의 리듬이 된다.


그림 속 세계는 멈춰 있는 듯하지만, 시선의 여정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사냥꾼의 발자국은 그 여정을 따라가게 하는 ‘리듬의 악보’이며,
그 끝에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맺는 존재의 대화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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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르 브뤼헐(대), 눈 위의 사냥꾼 (The Hunters in the Snow), 1565년, 목판에 유채,

117 × 162 cm, 빈 미술사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소장



3. 색채와 구성 — 흰빛과 회색, 침묵의 조화


〈눈 위의 사냥꾼〉은 색채의 절제가 만든 명상적 풍경이다.

하늘은 회백색, 산맥은 남청색, 들판은 희끄무레한 눈으로 덮여 있다.

이 단조로운 색의 조화는 추위의 감각이 아니라 침묵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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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 MBC 라디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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