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개 그림의 브뤼헐] 6편.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신화의 세계가 현실로 내려온 장면

by 이안

1. 서두 — 눈 덮인 마을, 세금의 행렬


겨울의 황혼, 눈이 내리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줄을 서 있다. 어떤 이는 아이를 안고, 어떤 이는 말을 끌며 세금 신고를 위해 관청으로 향한다. 그 한가운데, 낡은 마차 위에는 요셉과 마리아가 앉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주위에는 천사도, 광채도 없다.


피터르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인구조사〉는
예수의 탄생 직전, 성서 속 장면을
16세기 네덜란드의
현실 속으로 옮겨온 그림이다.


신화는 하늘이 아닌
눈 덮인 마을로 내려왔고,
인간의 구원 이야기는
세금 징수의 현실 한복판에서 시작된다.


2. 회화의 내면 — 구원과 행정의 충돌


이 그림은 얼핏 풍경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화면 곳곳이 문명적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중앙에는 세금 창구가 있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이름을 적고 돈을 내고 있다. 오른쪽에는 관청의 문지기와 관리들이 서 있으며, 왼쪽에는 가난한 농민들이 담벼락 아래 웅크리고 있다.


브뤼헐은 구원과 통치,
신성한 이야기와
세속적 현실이 교차하는
‘성서의 세속화’를 그렸다.


요셉과 마리아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구원의 주인공이 군중 속에 섞여 버린 장면. 신성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인간 사회의 질서와 무관심이다.


피터르 브뤼헐(대),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The Census at Bethlehem), 1566년, 목판에 유채,

116 × 164.5 cm, 브뤼셀 왕립미술관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소장



3. 색채와 구성 — 흙빛 신앙, 현실의 눈빛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3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10개 그림의 브뤼헐] 5편. 아이들의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