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한 알렉산더 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대화

-전쟁과 평화-

by 이안

어느 날, 시간의 경계를 넘은 공간, 이름 없는 전장의 언덕 위. 무수히 스러진 병사들의 창과 검이 부러진 채 꽂혀 있었다. 그 폐허의 중심에 두 인물이 마주 앉아 있었다.

하나는 유럽과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정복한 자, 알렉산더 대왕.
다른 하나는 조선의 바다를 지켜낸 성웅, 이순신 장군.

서풍이 조용히 불고, 무수한 전쟁의 혼들이 잠든 땅 위에서, 두 영웅이 입을 열었다.


알렉산더: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배웠다. 강한 자만이 세계를 이끈다고. 전쟁은 내가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었지. 피를 흘리며 길을 내고, 무릎 꿇린 자들의 땅에 새로운 질서를 심었다.


이순신:
나는 달랐소. 싸우기 위해 검을 들지 않았소. 다만 나라가 먼저 불타고, 백성이 먼저 죽어가기에,

그들을 막기 위해 칼을 쥐었소. 전쟁은 내가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막으려 한 것이었소.


알렉산더:
그대도 알겠지. 전쟁은 장수에게 영광이지만, 병사들에게는 죽음이다. 그러나 이 병사들이

없다면 나의 제국은 없었다. 그들이 흘린 피로 나는 제왕이 되었다.


이순신 (조용히 고개를 떨구며):
한 명의 병사가 전사할 때마다 나는 마음이 갈라졌소.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겼소.

나는 늘 적보다, 죽음보다, 내가 지키려는 자들을 잃을까 두려웠소.


알렉산더:
전쟁이란 무엇인가? 힘의 질서, 문명의 확장, 인간 의지의 극단. 내가 원한 건 세계의 통합이었고, 그 방법이 칼뿐이었던 게지.


이순신:
전쟁이란 백성의 피로 쌓은 비탄의 탑일 뿐이오. 전쟁을 이긴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오.

백성이 웃어야 평화이고, 나라가 부끄럽지 않아야 승리요. 나는 전쟁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렸소.


알렉산더:
그렇다면 그대는 왜 그리도 처절하게 싸웠는가?


이순신:
충은 나를 다 태운 연료요. 나라가 나를 버려도, 나는 백성을 버릴 수 없었소. 나에게 군사란

명령의 대상이 아니라, 아비와 아우였소.
나는 전쟁에서 이기려 하지 않았소. 무고한 생명이 덜 죽는 싸움을 하려 했을 뿐이오.


알렉산더 (한참을 침묵한 뒤):
나는 평화를 몰랐구나. 내게 평화란 정복 이후의 잠시 쉬는 숨결이었을 뿐이다.

진정한 평화란 무엇이더냐?


이순신:
평화란 백성이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안을 수 있는 밤이오. 배고픈 이가 밥을 걱정하지 않는

하루요. 나라가 그 백성을 두고 거래하지 않는 세상.
평화는 전쟁의 반대말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세상의 다른 이름이오.


알렉산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 말이 옳다. 나는 위대함을 좇아 수많은 도시를 세웠지만, 그곳에 울음이 많았다.

이제 와 돌아보니, 진짜 위대한 이는 지켜내는 자였구나.


이순신 (고요히 말한다):
전쟁은 인간의 오만이 시작한 일이지만, 평화는 겸허한 사랑이 끝맺는 일이오.

칼보다 손을 내미는 자가 진짜 용기 있는 자요.


두 사람은 천천히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 너머 햇살 한 줄기가, 피로 얼룩진 들판을 천천히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무너진 전장엔,
새싹 하나가 고요히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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