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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Oct 07. 2020

표선면에서 제일 예쁜 길냥이 코코와 친해지기(2)

-한 걸음 더 가까이-

#1. 아기 길냥이 [코코]와 두 번째 만남     


제주도 표선면의 최고 카페 [코코티에]에서, 코코의 존재를 알게 된 지 2주가 흘렀어요. 그동안 코코와 친해지기 위해서 매일 카페 [코코티에]에 들렀는데, 만날 수 없었어요. 사장님 얘기로는 코코가 낮에도 오고, 밤에도 오고, 수시로 왔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언제 올지 알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주도 표선면에서 제일 예쁘고 똑똑한 길냥이 코코 찾아 삼만리에 나섰어요. 우선 [코코티에] 카페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고양이는 야행성이니까, 9시가 넘은 밤에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드디어 코코와 코코의 형(? 이때만 해도, 형인지 엄마인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을 찾았어요. 코코티에 카페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표선해수욕장 해안가를 따라서 지어진, [바다마을 펜션]의 앞마당에서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길냥이는 2마리가 아니라 전부 4마리였어요. 2마리는 코코처럼 갈색무늬가 있었고, 나머지 길냥이 2마리는 검은색 무늬가 있었어요. 2마리씩 가족인가 봐요.      


혈통은 달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오랜 동지들인지, 4마리가 함께 다니고, 장난도 치며 비교적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어요. 외부인인 저에게는 경계하는 모습이었는데, 길냥이 4마리가 함께 힘을 모아서, 대항이라도 할 기세였어요. 오합지졸 당나라 군대가 아니고, 단합이 잘 되고 군기가 바짝 든 ‘한국군’인가 봐요. 저 같은 외부인은 단숨이 꺾어버릴 기세였어요.      


그래도 피터팬 PD는 반가운 마음에, ‘코코야~ 너, 나 알지! 우리 친해지자~’하면서, 가까이 가려고 했는데, 지난번 카페 [코코티에]에서의 첫 만남처럼,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서, 나무 아래까지 쫓아가서 지켜보다가, 모기한테만 잔뜩 물렸어요. 그래도 어두운 밤에 코코와, 코코의 동네 형들 3마리가 함께 노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답니다.


4마리는 저를 피해서 아주 멀리 도망가지는 않고,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다가왔다가, 멀리 갔다를 반복하고, 내 시선을 피해서 나무 위에 숨었다가, 다시 뛰어 내려왔다가를 반복했어요. 저를 경계하면서도, 저에게 호기심도 생기나 봐요. 그러다가 결국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이렇게 코코와 피터팬 PD는 이별인가? 싶어서 좀 슬펐어요. 그래도 다음에 오면 또 만날 수 있겠죠?     


https://youtu.be/X4x8y4ZTz-c

<제주도 표선면에 사는 아기 길냥이 코코와 코코의 엄마, 그리고 길냥이 친구들을 밤에 만났어요. 좀 어둡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예쁜 냥이들이 보여요~~>


#2. 코코와 세 번째 만남.      


태풍 '장미'가 오기 며칠 전, 오랫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무료해서, 코코를 찾아서 다시 표선 해수욕장으로 나가봤어요. 역시 밤 9시가 넘어서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해안가를 다니면서 바닷게와 장난도 치고, 파도 소리의 ASMR도 녹음하면서, 해안가 풍경의 사진도 찍고 다녔어요. 그러다가 또 코코 일행을 만날 수 있었어요!     

 

표선 해수욕장의 제일 끝부분에 위치한 표선항 근처에는, 카페와 음식점들 펜션이 몰려있어요. 그곳에서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제주도의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이 있는데, 현무암의 돌덩이와 돌덩이 사이에 만들어진 동굴 같은 곳에서 4마리가 모여서 살고 있었어요.      


아마도 밤이 되면, 4마리가 이곳에 모여서 바위틈에 만들어진 은신처에서 잠을 자나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표선면에서 제일 예쁜 길냥이 4마리는, 바위틈에 생긴 깊은 어둠 속에서도 저와 장난을 치고 싶은 건지, 내가 플래시를 비춰봐도 도망가지 않고, 내가 촬영을 하면 나를 똑바로 쳐다봤어요.   

   

어쩌면 얘네들이 이곳 바닷가 바위에서 특별한 첩보 작전 같은 걸, 모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뮤지컬 [캐츠]의 젤리클 고양이들처럼, 헤비사이드 레이어(고양이들의 천국)로 초대될 고양이를 선정하는지도 모르고요.    

  

이렇게 표선해수욕장의 깊은 밤, 바위틈 속에서 은밀한 모임을 갖는 4마리의 길냥이들을 보니까, 영화 [레 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을 작년에 만나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났어요. 휴 잭맨과 앤 해써웨이가 주연했고, 국내에서도 6백만의 관객을 모으며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레미제라블]의 감독 톰 후퍼가, 그의 신작 영화 [캐츠]의 개봉을 앞두고, MBC 라디오 [김세윤의 영화음악]에 출연했거든요. 저는 당시에 영화음악 담당 PD였어요.   

   

톰 후퍼 감독은 생각보다 너무 젊어서 깜짝 놀랐어요. 잘생긴 훈남에다가 부드러운 목소리와, 또렷한 발음으로 영국 영어를 구사해서, 마치 성우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톰 후퍼 감독의 인터뷰에서, 영화 [캐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많이 느껴졌는데,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참패해서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군다나 영화 [캐츠]에는, 제가 아이유 다음으로 좋아하는 미국의 인기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도 출연했는데...ㅠㅠㅠ  


https://youtu.be/SatQnJxG5sw

<제주도 표선면에서 전망이 제일 예쁜 카페 [코코티에]에서 장난을 치고 노는 아기 길냥이 코코입니다>


#3. 이제 코코에게 두 걸음 앞으로      


어제 태풍 '장미'가 큰 피해 없이 서귀포시를 빠져나가자, 다시 표선면의 귀염둥이 아기 길냥이 코코를 만나러 표선항에 나갔어요. 표선항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국수를 파는, [국수 앤]이라는 가게가 있어요. 이곳 보말 칼국수는 정말 맛있답니다. 국수를 먹고 코코를 찾아다녔는데, 꼬맹이 둘이 ‘저기 고양이 있다’ 하는 말에 저도 가봤더니 코코였어요.      


코코를 따라가 보니 코코와, 코코의 엄마는 [코코티에] 카페와 국수 앤 건물 사이에 있는, 풀숲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아마도 이곳이 코코의 집인가 봐요. 풀숲 사이에 작은 돗자리 같은 게 깔려 있었는데,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든 거였어요. 이번에는 제가 다다가도 도망가지 않고, 저를 예쁜 눈망울로 쳐다봤어요.      


두 걸음 앞으로. 이젠 코코와 두 걸음 사이만큼 친해졌어요. 코코의 형인 줄 알았던 좀 더 큰 길냥이는, 나중에 알아보니 형이 아니라 엄마였어요. 코코가 엄마의 젖을 물고 잠이 든 영상도 찍을 수 있었거든요. 아무튼 그때만 해도 코코와 코코의 형인 줄 알았어요!      


코코와 코코의 엄마와 두 걸음의 사이만큼 친해줬으니 내일은 고양이 사료와, 사료 그릇 그리고 비에 젖은 돗자리 위에 올려줄 새로운 매트를 갖다 줘야겠어요. 피터팬 PD가 제주도 표선면에서 코코와 얼마나 더 친해질 수 있을까요? 더 친해지면, 피터팬 PD의 제주도 집으로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될까요?      


설렘과 많은 궁금증이 생기는, 태풍 장미가 소멸된 후의 제주도의 푸른 밤이 지나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uTw7iRyR0&t=551s

<제주도 표선면의 아기 길냥이 코코는, 코코의 엄마와 풀숲에서 잠자리를 만들고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피터팬 PD가 사료그릇을 사다 놓고 먹이를 주고 왔어요. >


PS. 이 글은 올여름에 코코와 친해지려고 노력할 때 쓰였습니다. 이후 코코와 더 친해지려고 했지만, 코코와 코코의 친구들은 이미 야생화되었는지 가까이 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피터팬 PD는, 천안시 유기동물 보호단체 [동아이]에서, 3살이 된 러시안 블루 고양이 [키키]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어요. 지금도 가끔 표선항에 가서 [코코]에게 사료를 주는데, 아무래도 [키키]를 돌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주 가지는 못해요. [코코]와 코코의 엄마 그리고 길냥이 친구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https://youtu.be/U9QRx_1vX6Y

<결국 피터팬 PD는, 러시아 블루 고양이 [키키]를 유기동물 단체에서 입양했어요. 야생화된 길냥이 코코를 집으로 데려오는 건 실패했어요. [키키]는 점점 피터팬 PD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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