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Oct 06. 2020

표선면 NO.1 카페 [코코티에]와,
길냥이 코코

-코코 야~ 코코 야~ 피터팬의 집으로  같이 갈래?-

(*제주도도 이젠 가을 가을 해지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던 무덥던 지난여름이 생각나서, 

8월에 썼던 글을 공유합니다~^^)


요 며칠 제주는 엄청 덥습니다. 밤에도 열대야이고요. 그래도 웬만해선 저희 동네 분들이 에어컨을 안 켜시고 저도 에어컨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선풍기로 버팁니다. 그래서인 건지, 아니면 제주에서의 여름 나기가 첫 경험이라서 그런지, 지난 이틀 정도는 병이 났습니다.      


시름시름 병든 닭처럼 앓다가, ‘이대로 피터팬 PD가 죽으면, 나와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나 괴롭혔던 회사 사람들 다 후회하면서, 나 불쌍하다고 울겠지?...ㅋㅋㅋ 꼬시다’, ‘어디 한번 나로 인해 미안해해 봐라~ ㅋㅋ‘,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해서 까무륵 잠이 들었는데, 그러면 뒷목과 등줄기로 땀이 흥건히 젖은 채 깨어나곤 했습니다.      


이렇게 습하고 더운 여름날이면, 장 자크 아노가 감독한, 양가휘와 제인 마치 주연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연인]에서, 그들이 은밀한 사랑을 나눴을 때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함께 머물던 숙소에는, 차양이 드리워진 창문이 있었는데, 뜨거운 8월의 태양 볕 같던 그들의 사랑이 끝나면, 항상 창문에 걸린 하얀색의 천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불꽃같은 사랑은 항상 쉬이 식어버리고, 바람처럼 지나가 버린다는 걸', 암시하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연인]을,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1992년 영화로 만든, 양가휘, 제인 마치 주연의 [연인]. 영화 속에서 10대 소녀로 나오는, 제인 마치의 아름다운 모습>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연예 소설 [순수 박물관]에서도, 주인공 케말과 퓌순이, 이스탄불의 뜨거운 태양보다 더 열정적인 사랑을 나눴던 덥고 습했던 그 여름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주인공 케말은 퓌순과의 44일간의 정열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을 영원히 잊지 못하고, 그녀를 떠올리는 모든 순간을 담은 박물관을 세우죠.      


소설 [순수 박물관]이 전 세계적으로 빅 히트를 치면서, 실제로 이스탄불을 찾는 관광객들이, [순수 박문관]이 정말 있느냐고 자주 묻는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로 굵은 땅방울이 흘러내리는, 제주의 습한 7~8월 더위에 피터팬 PD가, 영화 [연인]과 소설 [순수 박물관] 속에 그려진 뜨거운 여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걸 보면, 문학과 영화와 힘은 놀라운 듯합니다. 

     

이처럼 표선면의 여름이 덥다 보니, 표선 해수욕장이 차로 5분 거리에 있지만, 해가 쨍한 낮에는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머물다가, 저녁 6시~7시 무렵 해가 지고, 시원한 바람이 불 무렵이 돼서야 표선항으로 나갑니다. 이 시간쯤에 석양이 질 무렵의 항구와 해변을 걷는 건, 더위에 시달린 피터팬 PD의 육신에 크나큰 보상이 됩니다. 저도 이젠 쉰 살이 넘는 세월을 살았고, 그동안 크게 아프지 않고 잘 버텨준 내 육체에게, 이 정도의 호사는 누리도록 해줘야, 몇십 년이 될지 모르지만 나머지 세월도 피터팬이 버틸 수 있게 해 주겠죠.      


항구와 해변을 걷다가, 지난 5월에 제주도 표선면으로 내려온 이후 그동안 친해진 할머니분들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립니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이, 밤의 고요 속으로 잠들 무렵이면, 제가 요즘 자주 찾는 표선면의 NO1. 카페 [코코티에]에 들러요. 코코티에는 작고 예쁜 해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밤 풍경도 너무 예쁘고 이 카페의 수박주스는 예술이거든요!      


<제주도 표선면에서 전망에 제일 좋은 카페 [코코티에]의 외관. 카페 [코코티에]에서, 바라보는 표선 해수욕장의 전망은 매우 아름답다. >


게다가 이 카페에는 아기 길냥이 [코코]와 코코의 엄마가 살고 있어요. 표선항 이곳저곳에서 생선 같은 걸 얻어먹다가, 밤이 되면 [코코티에]로 와서, 나방들과 장난을 치며 놀아요. 아기 고양이 코코는 야자수 나무도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재주가 많은 녀석이에요. 그런데 너무 새침해서, 사람에게는 절대로 오지 않아요.     

 

어젯밤은 피터팬 PD와 코코의 첫 만남이었어요. 제가 ’ 나는 제주에서 혼자 살아서 외로운데,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갈래?‘하고 꼬셔봤지만, 저를 슬쩍 쳐다보곤 바삐 도망가 버렸어요. 도망갔다가도 내가 딴짓을 하면, 다시 나타나서 카페의 통유리창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제주의 밤하늘을 날아다는, 풀벌레들을 앞발로 툭툭 건드리면서 장난을 쳐요. 그러다가 제가 다가가면 다시 도망치고요.      


<제주도 표선항에 사는 아기 길냥이 [코코]. 재주꾼 코코는 야자수도 올라갈 수 있어요 ~^^>


피터팬 PD가 코코와 친해질 수 있을까요? 길냥이 코코는 제주도 표선면에 있는 피터팬의 집으로 올까요? 그럼 아기 고양이 코코와 헤어져야 하는 코코의 엄마가 슬퍼할까요? 


오늘은 피터팬 PD와 코코의 첫 만남을 담은 영상을, 필자의 유튜브 채널인, <길고양이 코코와 혼자 사는 피터팬 PD>라는 제목으로 올렸어요. 
 
전국의 많은 냥이 맘들께서, 피터팬 PD가 코코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실까요? 궁금증과 호기심이 많아지는 제주도의 푸른 여름밤이 깊어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gS9GaZOps&t=117s

<카페 코코티에에서 촬영한, 제주도 표선 해수욕장의 파도소리 ASMR >

작가의 이전글 러시안 블루 고양이를 입양할 거 같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