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열대와 제주]10.뿌리없는 파와 부패한 과육의냄새

— 파 한 뿌리, 그리고 부패의 시간

by 이안

"나는 파라과이에서 버스 창문을 열었다. 그 순간 어떤 냄새가 확 밀려들었다. 그건 무언가 썩어가는 냄새, 삶이 끝나가는 냄새 같았다."
—『슬픈 열대』 제11장


레비스트로스에게 낯선 냄새는 공간의 정보가 아니라 시간의 암시였다. 그는 썩어가는 과육의 냄새 속에서 시간의 두께를 열고, 언젠가 그 냄새를 다시 그리워하게 될 미래의 자신을 예감했다. 그에게 부패는 소멸이 아니라 회귀였다. 냄새는 문명의 경계 밖에서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이었다.


제주의 바닷바람에도 그런 냄새가 있다. 도시의 세제 냄새가 아니라, 뿌리에서 올라오는 짠 숨결이다. 나는 어머니가 보내준 쪽파 한 단을 흙에 심으며, 그 냄새를 맡는다. 뿌리가 있다면 다시 자란다고 어머니는 말했지만, 그건 식물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뿌리를 보내며 함께 넣은 메모 한 장에는, 파는 자랄 수 있고, 나는 버틸 수 있다는 암시가 숨어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지구의 중심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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