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행동경제학자].1-합리적 인간이라는 신화

“우리는 정말 이성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

by 이안

1. 철학적 인트로 — 인간 경제를 다시 묻다


어느 깊은 밤, 경제학의 오래된 서재에 두 남자가 마주 앉아 있다.
한 사람은 담배를 길게 빼물며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케인즈가 입을 연다.


상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가, 테이블에 놓인 작은 넛지 모델을 가리킨다.

“우리는 유도된다, 합리적인 척하며.”


그 순간, 오래된 경제학의 전제가 흔들린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이상형은, 과연 현실을 설명하고 있는가?
경제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 될 수 있는가?


2. 도입 질문 — 케인즈의 경제철학적 도발


“인간은 계산하지 않는다. 인간은 충동한다.”

케인즈는 대공황의 절벽 위에서, 고전 경제학자들의 낙관에 등을 돌렸다.

그에게 경제는 공식이 아니라 심리였다.


이자는 기대의 함수였고, 투자란 불확실한 미래에 던지는 주사위였다.
‘동물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는 말은 단지 수사적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성 너머에 있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적 흐름이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소. 우리는 두려워하고, 욕망하고, 흔들린다오.”


3. 행동경제학자의 첫 응답 — 실험과 심리의 언어로


행동경제학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통찰은 옳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감정을 수치화하려 합니다.”

그는 실험실로 들어갔다.
잘못된 확률 추정, 손실 회피, 현재 편향, 확증 편향…


그는 그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이름 붙이고, 실험하고, 모델링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비합리성은 패턴을 가집니다.”


행동경제학자는 이성을 해체한 뒤,
그 잔해들 속에서 예측 가능한 인간을 다시 구성하고자 했다.


4. 문답 — 케인즈 × 행동경제학자의 경제 사유 충돌


케인즈:
“당신은 실험실에서 인간을 측정한다지만,
전장(戰場) 같은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가슴이 먼저 반응하오.”


행동경제학자:
“그래서 우리는 그 가슴의 움직임을 예측하려 합니다.
선택은 정서의 언어로 말하지만, 그 언어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케인즈:
“그러나 공황은 법칙을 따르지 않소.
그건 마치 집단 히스테리 같으니까. 모형으로 포착할 수 있겠소?”


행동경제학자:
“포착하지는 못해도, 그 가능성을 계산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는 정밀한 무지 속에서 확률을 좇는 존재입니다.”


케인즈:
“확률이라… 하지만 그 순간의 공포는, 모델 바깥에서 움직이지 않소?”


행동경제학자: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그 바깥을 좁히고 있습니다.”


케인즈:
“가슴은 지도를 좇지 않소. 길을 만들어 가지.”


행동경제학자:
“그래서 우리는 ‘유도’하지요. 자유를 가장한 설계로.”


5. 경제사상사적 정리 — 인간 경제의 역사적 궤적


케인즈는 고전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심리적 충동, 불확실성, 감정의 흐름을 경제학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사유는 이후 수십 년간 ‘행동의 경제학’을 위한 토양이 되었다.


행동경제학은 이 유산 위에 서서
심리학과 실험을 통해 인간의 편향된 판단을 정량화하고,
그 비합리성마저 하나의 규칙으로 다루는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경제학은 더 이상 완전한 정보 속의 계산자가 아니라,
불완전한 정보와 감정 속의 방황자에 주목하게 되었다.


6. (보조설명) 경제학자 해설


존 메이너드 케인즈 (J. M. Keynes, 1883~1946)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을 통해 고전경제학의 자유방임주의를 비판.
‘동물적 충동’, ‘불확실성’, ‘정부 개입’을 강조하며 현대 거시경제학의 토대를 놓음.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세일러 등
행동경제학의 대표자들로,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을 실험·심리학적으로 분석.
노벨경제학상을 통해 ‘합리성의 신화’를 해체하고, ‘현실적 인간’을 주제로 삼음.


7. 현대적 맥락 — 지금 우리에게 왜 이 질문이 중요한가


1) 정책 설계: ‘넛지(nudge)’는 인간의 선택을 유도한다.
— 그러나 그것은 설계된 자유인가, 감시된 선택인가?


2) 소비 심리: 우리는 진짜 필요한 것을 사는가, 아니면 사회가 설계한 욕망을 따르는가?
— 감정적 소비는 숫자보다 기억에 남는다.


3) AI 시대의 인간: 알고리즘은 인간의 감정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가?
—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닮은 데이터가 설계자를 지배할 수 있다.


8. 그들의 속마음 — 경제학자들의 내면적 여운


1)케인즈의 속마음:

“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예측 불가능성 속에, 자유가 숨 쉬고 있다고 믿는다.”


2) 행동경제학자의 속마음:

“나는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실험실 바깥에서
언제나 내 예측을 비웃었다.”


9. 다음 편 예고 — 경제 사유의 다음 물음


소비란 무엇인가?
쾌락인가, 정체성인가, 아니면 사회적 환상인가?


케인즈:
“당신이 그것을 선택한 게 아닐 수도 있소.
그것이 당신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지 않소?”


▶ 다음 편: 〈욕망은 어떻게 시장을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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