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문학×철학자×작가]9. 눈먼 자들의 도시

× 슬라보예 지젝 × 주제 사라마구

by 이안
보지 못하는 인간은 눈을 감았는가,
아니면 세계가 사라진 것인가?


1. 문학의 장면 — 아무도 보지 못하는 도시,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은 광경


하얀 안개가 시야를 덮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눈이 멀었다. 어둠이 아니라, 눈부신 백색.

의사도, 운전자도, 경찰도, 정부도—모두 눈이 멀었다. 도시는 봉쇄되었고, 눈먼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음식이 사라지고,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은 개처럼 울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름을 묻지 않았다. 남은 것은 욕망, 공포, 배설, 침묵뿐. 그리고 단 한 사람, 끝내 눈이 멀지 않은 여자.『눈먼 자들의 도시』는 말한다.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않기로 선택할 때, 세계는 눈앞에서 사라진다.


2. 철학자의 시선 — 지젝, 이 세계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구조다


슬라보예 지젝은 말한다.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는 것 그 자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인간은 물리적으로 시력을 잃는다. 그러나 지젝은 이 소설을 정신적·정치적 실명 상태로 해석한다. 그들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고통, 냄새, 몸, 권리, 욕망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실명은 구조적으로 용인되고, 반복된다. 지젝은 말한다.

“현대인은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보는 척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투명한 감옥, 정보와 감각의 과잉 속에서 진실이 사라지는 시대의 철학적 알레고리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8화[20C문학X철학자X작가]8.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