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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Oct 22. 2020

想你 [xiăngnĭ] : 보고 싶을 거예요.

-내일이면 표선을 떠난다 -

#1. 想你 [xiăngnĭ]


- 이안 : ”내일이면 제주도를 떠나요.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에 나오는 가사처럼요. 想你 [xiăngnĭ]  “
- 중국 소녀 : ”나도 보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첨밀밀] 노래에는,

想你 [xiăngnĭ : 시앙니]라는 가사는 나오지 않아요 “

- 이안 : ”아닌데 나오는데,, 내가 불러볼게요. 시앙니~. 시앙니~“

- 중국 소녀 : ”아! 그 부분은 想你 [시앙니 :보고 싶다]가 아니고,

是你 [시니 :당신이에요]라는 가사예요 “      



이안 작가가 5월부터 6개월 동안 머물렀던 표선면 숙소 입구에는, [고금 삼계탕]이라는 제주도 최고의 삼계탕 맛집이 있다. 이 집에 오면, 늘 환한 미소로 이안 작가를 반겨주던 중국인 소녀가 있다. (사실 소녀의 나이는 아니지만, 웃는 미소가 소녀 같아서 이안은 그렇게 불러왔다. 본인은 그럴 때마다 극구 부인했었다)      


내일이면 올 3월부터 8개월 동안 머물렀던 제주도를 떠난다. 그래서 그동안 신세를 졌던, 표선면 지인분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고금 삼계탕]에서는, 짧은 중국어로 인사를 나눴다. 이안 작가는 중국어를 1 정도는 알고(1도 모르는 건 아니다!) , 그 ‘소녀’분은, 한국어를 1 정도는 알기 때문에, '서로의 1'을 가지고, 지난 6개월 동안 소통을 했었다.      


이안 작가는 중국어 실력 1을 갖고, ”보고 싶을 거예요 “라고 말했고, 그 소녀분은, ”보고 싶을 거 같은(想你 [xiăngnĭ])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是你 [̌shì nǐ]“라고 인사를 나눴다.      



#2. 송혜교 약사님     


-이안 ; 약사님, 저 이제 떠나요

-약사님 ; 왜요? 누가 괴롭혔어요?

-이안 : 제가 저를 괴롭혔어요.

-약사님 : 많이 힘들었었군요 ㅠㅠ

-이안 : 서울에 가서도, 생각 많이 할게요.

-약사님 : 우리 악수해요     


표선면 송혜교 약사님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짧게 1분 동안 나눈 인사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약사님은, 곧 겨울이 오면, 김건모의 슬픈 발라드 [흰 눈이 오면]처럼 결혼을 하시고, 이안 작가는 이젠 약사님을 잊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약사님과 이안 작가 사이에는 흰 눈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      


이안 작가는 손님으로 약을 샀고, 약사님을 약을 지어주셨다. 약사님은 이안 작가의 편도선이 부으면 걱정해주셨고, 이안 작가는 약보다도 약사님의 걱정에 힘을 내서, 아픈 편도선이 금세 나아버렸다.

그리고 내일은 이별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 관계가 지금처럼 나빠지기 전에, 일본 오타루를 두 아들과 함께 찾았었다. [흰 눈이 오면],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그해 겨울은 잊지 못할 것 같다. >


#3. 키키와, 무책임한 인간     


지난주 8개월 동안 머물던 제주를 떠나서, 서울에 며칠 동안 들렀었다. 앞으로 서울에서 살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안 작가의 냥이 [키키]를 함께 데리고 갔다. 집을 구하는 동안 여관방에서 머물기 위해서, 부모님께 [키키]를 부탁하려고 했으나 아버님은,      


”네 엄마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니, 집에서 나가 달라 “고 말씀하셨다.     
 

8개월 만에 서울 집을 찾은 아들을 문전박대하시니, 야속하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고양이 알레르기를 알면서도 '서울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무작정 본가에 들른 나의 무책임이 더 컸다.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오니 막막했다.

할 수 없이 대학 동문에게 전화를 걸어서, 3일만 [키키]를 맡아달라고 했다. 3일 동안 전셋집을 구해보겠다고. 하지만, [키키]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처음에 계약금을 걸었던 집에서는, 어떻게 어떻게 하면, 냥이를 키울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서울과는 떨어진 고양시라서 다시 우울증이 도질까 봐, 선수금 300만 원을 포기하고 다른 집을 찾았다.      


여러 집을 알아보다가, 결국 친구가 추천해준 평창동에 있는, 보증금 6천에 월세 60만 원 집에 갔지만, 주인 할머니께서 반려동물은 안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일정은 촉박하고, 고양시 집에서 이미 선수금 300만 원을 잃게 되자, 급한 마음에 계약을 하고 말았다.      


이안 작가가 살아갈 집을 위해서, [키키]와도 이별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경솔하고 무책임한 선택이었다. [키키]를 9월에 처음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던, 천안시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다시 돌려주러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키키]의 슬픈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페이스북 친구분들은 이안 작가가 무책임하다고 많이 나무라셨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앞으로도 계속 마음의 짐으로 떠안고 살아야할 일이다.      

(* 페이스북 친구분께서 이안 작가 본인만의 살 집을 위해서, 가족을 버린 거라고 비판하셨다. 다 맞는 말씀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많은 애묘인들과, 이안 작가의 글을 구독해주시면서 이안 작가의 제주살이에 용기를 주셨던 많은 분들께 죄송하고 부끄럽다)


<이안 작가와 헤어지기 직전, 키키의 슬픈 눈망울 >


#4.  [첨밀밀]


1997년 봄에 개봉했던, 여명과 장만옥 주연의 [첨밀밀]이라는 영화가 있다. 감수성이 빼어났던 진가신 감독의 이 영화는 홍콩영화였지, 중화권보다 한국에서 인기가 더 많았던 듯하다. 이 영화가 국내에서 워낙 인기를 끌자, 영화 속에 삽입됐던 주제가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의 가수 등려군의 앨범이 국내에서 재 발매되기도 했었다.      


사실 등려군은, "중국에 2명이 등 씨가 있는데, 하나는 등소평이고 하나는 등려군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중화권과 일본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가수다. 하지만 동북, 동남아시아 권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인지도가 낮았었는데, [첨밀밀]이라는 영화 덕분에, 이미 등려군 사후에, 갑자기 한국에서도 등려군 열풍이 불었었다.      


영화 [첨밀밀]의 인기와 함께 동명의 노래, 등려군의  [첨밀밀 : 달콤해요]이 뒤늦게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노래의 후렴구에 “시 니~ 시 니~ ” (당신이에요 당신이에요)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를 더 풀이하자면, 是你 是你 / 梦见的就是你 (당신이에요~ 당신이에요~ / 꿈에서 본 건 바로 당신이었어요.)라는 가사이다.      

이안 작가는 그동안 이 가사의 발음을 잘못 듣고, “시 니(당신이에요)”를, “시앙니 (보고 싶을 거예요)로 잘못 불러왔다.    


       

<지난 1995년에 지병으로 사망했지만, 아직까지도 중화권 최고의 인기 가수인 등려군의 젊은 시절 모습 >


#5. 오해.


본인이 맞다고 확신을 하고 살아온 것 중에,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틀렸거나 거짓이었던 것이 종종 있다. [키키]는 이안 작가를 너무나 믿었기에, 이안 작가가 본인을 파양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안 작가는 파양을 했다.


[키키]는 이안 작가 앞에서, 자주 누워서 배를 보이면서 애교를 부렸었다. 하지만, 이안 작가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냥 본체만체 지나치면, ”어떻게 나를 안아주지 않을 수 있냐옹~~“하며, 깜짝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이안 작가를 쳐다봤었다.      


그런 냥이의 눈을 보면, 다시는 아빠를 보지 않겠다는, 서울에 사는 두 아들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아빠에게 야단을 맞거나 하면, '아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놀라 쳐다보던 바로 그 눈망울이었다.

     

제주에서 이안 작가는, 나무와 숲, 바람과, 하늘, 바다를 보며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위장된 행복이었다. 사랑하던 아내와, 두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없는 이별을 감당할 수 없어서, 스스로의 냉혹한 현실을 망각해야 했었다.      


<오늘 표선면에 이별을 고하던, 하늘과 바다는 유난히 흐렸다>


#6. 이별


초원이 : 아저씨 왜 서울로 가요?

이안 : 친구를 사귈 수 없어서,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

초원이 형 : 아저씨, 저와 초원이는 서울에도 경남에도, 그리고 제주도에도 친구가 있어요.

이안 : 응. 아저씨도 너희처럼 학교에 다녔다면, 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집에 혼자만 있다 보니 친구를 사귈 수 없었어.

초원이 : 그럼 이젠 안 와요?



내일이면 8개월 동안의, 실패했던 제주도의 여정을 마친다.

사랑하던 아내와 두 아들과도 이별을 했고, 키키와도 이별을 했다.

중국인 소녀와도 송혜교 약사님과도 이별이다.


부산항으로 떠나는 배의 갑판에는, 가을비가 내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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