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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Oct 27. 2020

사랑스러운 냥이였던 [키키]와
순천시의 길냥이들

-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사죄드립니다-

이안 작가가 입양한 지 한 달 만에, [키키]를 다시 처음 데려왔던 곳으로 데려다준 것과 관련해서, 많은 애묘인 분들과 반려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께서 저를 나무라셨습니다. 저도 저의 부끄러운 행동에 많이 반성도 하고 있고, 제주를 떠난 지금도 [키키]가 걱정되고 마음도 많이 아픕니다.      


제주 집은 아직 6개월이 남았지만, 나중에라도 혹시 그곳에 가면 키키와의 가슴 아픈 이별이 생각이 날 거 같아서, 남은 기간에 대한 연세금을 포기하고 집주인께 돌려드렸습니다.      


[키키]와의 이별은 전적으로 저의 무책임과 잘못이었습니다. 이번 한 달 동안의 경험으로 이안 작가는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자격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란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많은 애묘인들께 죄송하고, 사과의 말씀도 드립니다. 앞으로는 반려동물과 관련해서, 더 사려 깊고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키키]와 한 달을 함께 지내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제가 [키키]를 충분히 사랑해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양심의 가책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가 냥이를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그만큼의 사랑은 없었고, 여러 가지 점에서 많이 부족했습니다.     


키키를 키우면서 눈 알레르기 심해졌다거나, 서울에서 구한 전셋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게 했다는 것도, [페이스북 친구]분 말씀처럼, 이안 작가만의 안위를 위해서 키키를 생각하지 않은 [이기심]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을 위해서 가족을 버린 거였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그런 이유도 있어서 두 번째로 계약한 서울 전셋집도 다시 취소했습니다. 계약금 600만 원을 걸었지만, 이 금액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만 잘 살고 싶어서 선택한 집에 들어가면 마음이 불편해서, 잘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머물고 있는 순천에서, 한달살이 집을 구했습니다. 한동안은 순천에 머물게 될 거 같습니다. 조계산 아래에 있는 한적한 곳입니다. 하지만 [키키]를 다시 데리고 오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반려동물을 키울 자격도 능력도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키키와 소중한 페이스북 친구분들을 잃게 되었습니다.      


키키와 지내는 기간이 2~3주를 넘기자, 눈이 빨개지면서 눈 주위에 염증이 생기는 안근염이 심해졌는데, 이렇게 되자 키키가 제 옆으로 오는 걸 부담스러워했었습니다. 키키는 이안 작가가, 키키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는지, 더 사랑을 갈구하면서, 저를 보면 안타깝게 울면서 안아달라, 같이 놀아달라고 애교도 부렸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꼭 필요한 스킨십 외에는 키키와 접촉을 하기 힘들다 보니, 키키는 키키대로 영문을 몰라 당황해했고, 또 저는 저대로 키키를 자꾸 멀리해야 하다 보니, 양심의 가책으로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런 와중에, 올 3월 가족과 헤어지고, 두 아이들에게서도 외면받는 홀아비 신세의 중년의 늙은이가, 반려묘와도 잘 지내는 못한다는 자괴감과 우울증이 저를 괴롭혔고, 제주도에서 탈출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괴로워했습니다.      


친구들이 있는 서울에 가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거 같아, 키키를 데리고 서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1주일 정도 키키를 맡아주시는 걸 거부하셨고, 저는 전셋집을 구하면서, 첫 번째 집을 계약 취소하면서 300만 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고, 두 번째 집을 어렵게 구했지만 이 집 역시 반려묘는 안된다 하셨습니다.   

   

순전히 이안 작가만 잘 살아보겠다는 이기심과 무책임한 판단으로, 키키를 천안 유기동물 보호소 [동아이]에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물론 잘못된 행동이었고, 당연히 보호소 대표님으로부터 싸늘하고 냉정한 시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동아이는 다행히 대표님의 반려동물에 대한 철학에서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가두거나, 안락사를 시키는 곳은 아닙니다. 대표님도 좋은 집사를 찾게 되면 알려주겠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과 인스타 그리고 브런치 독자분들께서, 이안 작가와 키키의 제주살이를 응원해주셨었는데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이 말밖에는 더 이상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키키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 정기적인 후원도 하고, 기회 닿는 대로 자원봉사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순천시에 있는 제 친구 집 1층에 사는 어미 길냥이가 아기 고양이 6마리를 낳았는데, 그 아이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도움을 주면서, 키키에 대한 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죗값을 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아기 길냥이들은 땅속 굴을 통해서 다녀요. (사진을 첨부합니다)   


  

<아파트 1층에 생긴 작은 굴을 통해서 아기 길냥이 6마리가 나왔다가 들어가고 있어요>


다시 한번 이안 작가와 키키의 제주 살이를 응원해주셨던 친구분들께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다 저의 잘못이니 제가 평생 마음의 짐으로 안고 살면서 

반려동물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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