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하늘은 겨울을 막 벗어난 듯 흐린 황톳빛이었고, 공기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 냄새와 젖은 흙향이 뒤섞여 있었다. 골목은 좁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언제나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찾곤 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담벼락 한쪽이 나를 붙잡았다.
그 벽은 오래된 피처럼 바랜 붉은색이었고, 표식 하나가 그 위에 새겨져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내 시선을 기다리던 기호처럼. 손끝이 그 문양을 더듬는 순간, 내 속에서 알 수 없는 균열이 번져나갔다.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이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드는 기분이었다.
제제: “이건 무슨 표식이에요?”
데미안: “사람들은 카인의 표식이라 불러. 형제를 죽인 자의 표식.”
제제: “그러면 나쁜 사람의 낙인 아닌가요?”
데미안: “그건 겉으로만 읽은 이야기지. 진짜 이야기는 달라.”
제제: “달라요?”
데미안: “카인은 죄인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간 자야. 사람들은 그게 두려워서 그를 악인이라 불렀지.”
제제: “그럼, 이건 벌이 아니라… 증명서 같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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