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을 받아들인 인도
아무것도 없는 것을 어떻게 셀 수 있을까?
사과가 세 개, 두 개, 하나로 줄어들고, 끝내 남은 것이 ‘없음’ 일 때, 인간은 그 없음을 어떻게 기록해야 했을까? 단순히 빈칸을 두는 것과, 그 빈칸에 기호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도의 수학자들은 이 ‘없음’을 기호 *0*으로 붙잡았다.
그것은 단순한 셈의 편의를 넘어, ‘무(無)’라는 철학적 개념과 맞닿아 있었다. 인도의 정신세계에서 공(空, śūnyatā)은 실재이자 동시에 허공이었다.
0의 발견은 단순히 하나의 숫자를 만든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허공을 계산 속으로 받아들인 혁명이었다.
수학은 이 질문을 통해 새롭게 열린다. “없음을 셀 수 있는가?”
기원후 5~7세기, 인도의 수학자 브라흐마굽타(Brahmagupta)는『브라흐마스푸타시디한타』에서 0을 독립된 수로 정의했다. 그는 0을 단순한 빈자리 기호가 아니라 연산에 참여하는 수학적 대상이라 보았다. 예컨대 “a + 0 = a”, “a – 0 = a”와 같은 규칙을 명시했으며, 나아가 음수와 양수, 0을 포함한 계산 규칙을 정리했다.
물론 0으로 나누는 연산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그는 “a ÷ 0”을 무한으로 보려 했지만, 그 정의는 아직 모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을 연산 속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혁명적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인들은 이미 2세기경부터 자리값 표기법을 사용했다. 10, 100, 1000과 같이 자리값을 두어 수를 표기하려면, 비어 있는 자리를 표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0’은 바로 그 자리에서 등장했고, 점차 독립된 수로 발전했다.
이 자리값 체계는 이후 이슬람 세계로 전해져
‘아라비아 숫자’라 불리게 되었고, 유럽 수학의 뼈대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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