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일체유부의 실재론
불교가 ‘법(法)’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로 세계를 나누려 했을 때, 가장 큰 쟁점은 그것이 과연 어떻게 존재하는가였습니다. 단순히 지금 눈앞에 있는 것만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이미 사라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실제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설일체유부는 여기에 대담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삼세실유(三世實有), 곧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법이
실재한다는 입장입니다.
『아비달마발지론』은 “법은 삼세에 걸쳐 끊어지지 않는다.”라고 설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연속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업(業)의 인과와 윤회의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철학적 장치였습니다. 존재를 시간의 세 층으로 확장함으로써, 불교는 인간 삶의 연속성과 업보의 필연성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삼세실유설은 고대 인도의 철학적 배경 속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브라만교는 영원한 아트만을 상정했고, 상키야는 불변하는 근본 원리 프라크리티를 세웠습니다. 이에 비해 불교는 찰나마다 일어나는 법(dharma)의 집합을 세계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법이 너무도 순간순간 사라진다면,
인과의 연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일체유부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과거와 미래까지도 실재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입장은 일종의 시간적 확장 실재론입니다. 지금의 원인이 과거의 결과를 남기고, 미래의 열매를 필연적으로 이끌어온다는 것입니다. 마치 불이 꺼졌어도 연기가 남아 있듯, 과거의 법은 사라진 듯 보이지만 실재의 차원에서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법도 씨앗처럼 잠재하여 조건이 갖추어질 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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