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교 철학] 10편. 용수와 중론

— 공(空)의 철학이 연기를 다시 열다

by 이안

1. 질문의 문을 열다


아비달마는 불교 철학을 가장 정밀하게 체계화한 사유의 전통이었습니다. 법(dharma)을 낱낱이 분류하고, 그것을 토대로 수행의 지도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세분화가 깊어질수록 법은 늘어났고, 목록은 복잡해졌습니다. 법을 나눈다는 것이 곧 해탈의 길인가, 아니면 집착의 새로운 형태인가.


“법을 나누는 일이 과연 진리의 최종 모습일까?”


이 물음이 떠오를 무렵, 불교는 전환의 순간을 맞습니다. 그 전환의 주인공이 바로 용수(龍樹, Nāgārjuna)였고, 그의 저작 『중론(中論, Mūlamadhyamakakārikā)』은 불교 사유의 새로운 하늘을 열었습니다.


2. 사유의 장을 펼치다 — 『중론』의 출현


『중론』에서 용수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곧 공(空)의 철학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는 “어떠한 법도 스스로 생기지 않고, 타자로부터도 생기지 않으며, 둘 다로부터도 생기지 않고, 무인(無因)으로도 생기지 않는다.”라고 논증했습니다.


부처님이 설한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음으로 저것이 없다.”는 말은 용수에게서 더욱 철학적으로 확장됩니다. 연기는 곧 공이고, 공은 곧 중도였습니다.


연기는 모든 존재가 조건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
공은 그 조건적 성립을 실체화하지 말라는 경계,
중도는 실재론과 허무론의 양극을 모두 벗어나는 길이었습니다.


아비달마가 법을 실재하는 단위로 붙잡았던 곳에서, 용수는 그 법조차 공으로 돌려보냈습니다.


3. 역사의 풍경 속에서 — 용수의 시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 서울 MBC 라디오 PD.

6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3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8화[인도 불교 철학] 9편. 분류에서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