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의 인문학] 8편, 괴베클리 테페

— 문명보다 앞선 성소의 기억

by 이안

장면 ① 유적지 전경 — 언덕 위 거대한 원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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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두 — 문제 제기와 현장 묘사


터키 남동부의 메소포타미아 북단, 샨르우르파 외곽의 황갈색 언덕 위. 사막과 평야의 경계 같은 지점에 거대한 원형 석조 구조물이 드러나 있다. 고고학자들이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 배불뚝이 언덕)’라 부르는 이곳은, 기원전 9600년경—즉 석기시대—에 지어졌다. 이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도 전이다.

돌기둥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지고, 바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은 말한다.


“우리는 아직 문명을 모르지만, 이미 신을 알고 있었다.”


괴베클리 테페는 도시도 국가도 없던 시대, 수렵채집인들이 세운 세계 최초의 성소다. 인간은 왜 곡식보다 먼저 신전을 지었는가? 그 질문이 지금도 이 언덕을 감싸고 있다.


장면 ② 중앙 기둥 — T자 거석과 부조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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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사적 배경 — 농경 이전의 성소


괴베클리 테페가 처음 세워졌을 때, 이곳 사람들은 아직 농사를 짓지 않았다. 밀과 보리를 재배하지 않았고, 정착촌도 없었다. 그들은 들소·가젤·멧돼지를 사냥하고 들꽃과 열매를 채집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10톤이 넘는 석회암 기둥들을
채석장에서 떼어내어 언덕 위로 옮겼다.


발굴된 20여 개의 원형 구조물은 지름 10~20미터에 달한다. 내부에는 높이 5미터의 T자 기둥 두 개가 중심을 이루고, 주변을 낮은 기둥들이 둘러싸고 있다. 기둥 표면에는 여우, 전갈, 독수리, 뱀, 멧돼지 같은 동물들이 생생히 부조로 새겨져 있다.




이는 단순한 사냥 기념물이 아니었다. 동물은 토템이자 신화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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