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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팡 Aug 08. 2021

피곤에 절여져 있는 통조림 속 꽁치

일요일은 내가 요리사가되기는커녕냉장고 문이라도 열면 다행

핵주먹에서 핵이빨로 필살기를 바꾸신 마이크 타이슨 형이 남기신 말씀이 있다.

"누구나 링에 올라가기 전에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상대에게 한대 처 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주옥같은 명언을 주말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대입해 보자면,

"누구나 주말을 맞이하기 전에는 계획이 있다. 침대에게 조르기를 당해 기절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일의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주말 내내 허리가 끊어지도록 누워있다. 안 그러면 허리보다 목숨이 먼저 끊어질 것 같으니까. 2평 남짓한 침대와 소파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다른 이의 주말을 살피며 대리 만족하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리모컨을 누르며 관찰 예능을 통해 역시 같은 종류의 대리만족을 얻는다.


주말에는 식사 시간을 따로 빼두지 않는다. 몸이 흐트러져 있으니 입맛이 없다. 한참을 뒹굴다가 큰 각오라도 한 듯 두 다리를 한껏 들어 올렸다가 앞으로 내치며 벌떡 일어난다. 초인종이 울렸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이 양손 가득 들려 있다. 뿌듯하다. 오늘도 지역 경제와 게르만 민족의 발전에 기여했다. 최소 배달 비용을 맞추기 위해 사이드 메뉴를 추가했고 떡볶이를 먹자니 치킨도 땡겨서 플랙스 했다. 이제는 팔 걷어 부치고 폭식할 시간이다. 남은 음식이 한가득인데 용케 콜라는 모두 비웠다. 패트병을 박력 있게 찌그러 트리며 치팅 세레모니를 하니 내 몸도 덩달아 깊고 웅장한 트림으로 화답한다. 먹은 것을 치우느라 몸을 좀 썼더니 금세 피곤이 몰려온다.


"나는 분명 대낮에 일어났는데 왜 또 낮잠이 쏟아지지?"

평일 수면이 부족해도 우리의 정신과 생각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지금까지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전날에는 벼락이 쳐야 했고, 회사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는 밤새우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노답 아재처럼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있어야 일 좀 한 것 같다. 이렇게 카페인에 절여진 상태로 밤을 새우고 잠을 쫓아낸 나의 뇌는 오버 클럭 상태이다. 오히려 어설프게 잠을 잔 것보다 더 또렷하고 맑다. 각성인 것이다.


이러한 각성 상태가 무서운 것은 정신이 버티니 당연히 몸도 잘 버티는 줄 안다는 것이다. 이건 우리 뇌가 설계한 사기이다. 나의 두개골 속에 기생하고 있는 이 주름 투성이 뇌란 놈에게 있어 나의 육체는 그저 산소와 카페인을 공급하는 숙주일 뿐이다.

흔히 말하는 정신력으로 버틸수록 우리 몸에 베인 나쁜 습관은 우리를 더욱더 교묘하게 속이며 활개를 친다.

정신(생각)을 차리기 위해 내 몸의 에너지를 영끌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육체의 긴장을 놓치게 된다. 우리 뇌는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공급되는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우리 몸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결국 몸에 반복적으로 베개 되면 나쁜 습관이 된다. 이런 습관들은 대부분 도덕적이지 않고 몰상식하다. 무단횡단이 그렇고 대충 하는 분리수거가 그렇다. 더 나아가 한계에 다다르면 어이없는 사고로 이어지거나 만성적인 병의 씨앗이 된다. 한번 뿌리내린 그 씨앗은 독한 약을 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졸음운전사고 / 고도비만 / 성인분노조절장애 / 조울증 / 공황장애 등)


우리 자신을 보면 마치 나쁜 습관으로 절여져 있는 통조림 속 꽁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우리의 몸은 물리적인 늙음과 동시에 나쁜 습관까지 포개어 점점 생기를 잃어 간다. 다른 의미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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