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1회에 3점을 먼저 뽑고도 지고 돌아왔다. 지난 15년간 경기 중 가장 경기력이 좋았던 경기였다. 하지만 패배는 쓰라리다.
경기 전, 대만이 체코를 14-0 콜드게임으로 꺾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1회 초, 김도영 안타를 시작으로 이정후 적시타, 문보경 좌중간 2루타가 연달아 터지며 3-0이 됐다. "오늘은 다르다." 그 순간 그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3회 말, 오타니·스즈키·요시다가 솔로 홈런을 연속 세 방 터뜨리며 역전했다. 오타니는 고의사구가 최선일만큼 컨디션이 좋았고, 일본 강타자들은 투수들을 압도했다. 4회 김혜성 2점 홈런으로 5-5를 만들었을 때, 경기는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7회 말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오타니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1·3루 상황에서 올라온 김영규는 콘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고, 스즈키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5-6. 동점의 균형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WBC 규정상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교체가 가능했고, 12구 중 볼이 8개였던 김영규는 그대로 마운드에 서야 했다. 요시다의 중전 안타가 터지며 5-8. 규정이 발목을 잡았고, 경기는 그렇게 기울었다.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할수록 더 무너지는 게 단기전의 멘탈 싸움이다. 반면 처음 나온 김택연은 씩씩하게 던졌다. 베짱이 있는 선수가 결국 버틴다.
대진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한국은 체코전 다음 날 저녁 일본전, 그다음 날 정오에 대만전이다. 대만도 일본전 다음 날 낮에 체코와 붙었다.
일본은 매 경기 저녁, 충분한 휴식과 함께 홈 도쿄돔에서 뛴다. 구조적 불균형이다. 하지만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이겨야 진짜다.
무력하게 지지 않았다. 일본을 충분히 괴롭혔다. 그래서 분하기보다 아쉽다.
① 문보경 — 1루수 · 1회 2사 2루타(2타점) 2사 이후 좌중간을 가른 장타. 경기의 첫 숨을 불어넣은 타자. 기회가 남아있을 때 쳐야 한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다.
"He didn't wait for the moment — he made it."
② 김혜성 — 2루수 · 4회 투런 홈런(2타점) 5-5 동점을 만든 그 스윙 하나로 경기를 되살렸다. 도쿄돔 담장을 넘기는 순간, 관중석의 온도가 바뀌었다.
"The ball climbed over the wall and kept the dream alive."
③ 이정후 — 외야수 · 1회 선제 적시타 · 8회 2루타 경기를 열었고, 마지막 반격의 불씨도 남겼다. 흔들리는 흐름 속에서 가장 일관된 존재였다.
"Every time the lineup needed a spark, he was already burning."
① 고영표 — 선발 · 3이닝 홈런 3개 허용 잠수함이 오타니·스즈키·요시다를 정면으로 막아야 했던 임무였다. 3이닝을 버텨준 것 자체가 제 몫이다. 결과는 홈런이었지만, 던지는 내내 포기하지 않았다
. "The submarine dove deep, but the current was stronger today."
② 김영규 — 구원 · 7회 콘도 볼넷·스즈키 밀어내기·요시다 2타점 안타 12구 중 볼이 8개. 제구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지만 WBC 규정상 세 타자를 다 상대해야 했다. 첫 국가대표에게 가혹한 첫 경험이었다.
"The stage was too bright for the first night — but he'll know it next time."
③ 김도영·안현민 — 1·4번 듀오 · 찬스마다 침묵 기회는 있었다. 1회 노아웃 찬스, 3회 1·2루. 두 번의 물줄기가 바뀔 수 있는 순간에 두 사람 모두 침묵했다. 오늘은 아쉽다. 대만전과 호주전은 다르길 바란다.
"The door opened twice — next time, don't let it close."
내일은 대만전이다(3월 8일, 도쿄돔 12:00). 대만이 오늘 체코를 콜드게임으로 꺾으며 타격감을 끌어올렸지만, 에이스급 투수 두 명을 이미 소모했다.
연속 경기, 낮 경기, 불리한 조건 — 다 맞다. 하지만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