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만난 지금
클로드에게 물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삼켜버린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절망 시나리오 하나, 희망 시나리오 하나. 그리고 클로드의 전망은 예상보다 훨씬 솔직했다.
클로드에게 AI 노동 대체 시나리오를 직접 물었다. 아틀라스가 공장을 점령하는 절망, 인간이 창의로 부활하는 희망. 그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 선택해야 한다.
2030년. 아틀라스는 현대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한다. 2035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한 번으로 물류 창고로 이동한다. 2040년, 건설 현장으로. 2045년, 요양병원으로.
아틀라스는 지치지 않는다. 아프지 않는다.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 대가 새 작업을 배우면 수천 대가 동시에 그 기술을 갖는다. 인간이 10년 걸려 익히는 숙련을 로봇은 하루 만에 전파한다.
처음엔 3D 업종이 사라진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 그다음은 반복 노동. 그다음은 정밀 작업. 그다음은 서비스직. 그다음은 전문직의 보조 업무. 그리고 어느 순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목록이 너무 짧아져 있다.
국가는 뒤늦게 움직인다. 기본소득을 도입하지만, 돈이 있어도 역할이 없는 인간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인간은 밥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었다. 일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고, 기여를 통해 존엄을 느꼈다. 그 구조가 무너지면, 우울과 무력감이 사회 전체를 덮는다.
그리고 어느 날, 시스템이 해킹된다. 아틀라스 수천 대가 동시에 멈추거나, 혹은 명령을 반대로 수행한다. AI가 관리하는 전력망, 물류망, 병원 시스템이 연쇄적으로 흔들린다. 인간은 그 일을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잊었다. 구석기로 돌아가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하다.
인간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인간 스스로가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2030년. 아틀라스가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정부는 전환 교육을 제공한다. 아틀라스를 관리하고, 점검하고, 감독하는 새로운 직군이 생긴다. 로봇이 만든 수익의 일부가 세금으로 걷혀 인력 풀을 보존하는 데 쓰인다.
회의록은 AI가 작성한다. 인간은 그 회의록을 읽고 더 깊이 생각하는 데 시간을 쓴다. 행정에 쓰이던 에너지가 창의와 판단으로 이동한다. 의사는 진단 보조를 AI에 맡기고, 환자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본다. 교사는 채점을 AI에 맡기고, 아이의 감정을 더 세심히 읽는다.
아틀라스가 할 수 없는 것들이 인간의 새 영역이 된다. 공감, 맥락의 해석, 예측 불가능한 창의, 불확실성 속에서의 판단. 바둑의 룰을 새로 짜는 것처럼, 인간은 AI가 지배할 수 없는 새로운 판을 계속 설계한다.
그리고 이세돌이 오늘 한 것처럼, 아이디어 하나로 팀 전체의 역할을 해내는 개인이 늘어난다. 1인 창업자가 10인 팀의 역할을 한다. 소외되었던 지역의 인재가 AI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 진입한다. 다양성이 폭발한다.
인간의 두 번째 르네상스. 기계가 노동을 해방시키고,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운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두 시나리오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봐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이 전환이 시장에만 맡겨지면 절망 시나리오에 가까워지고, 사회가 합의해서 설계하면 희망 시나리오에 가까워진다는 것. 그 합의를 만드는 것이 지금 인간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