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물소리를 듣다

시 읽는 하루

by coolnpeace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아……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걸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예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기차 안, 버스 안에 있게 되면 오래전에 읽었던 시를 다시 꺼내 읽는다. 오늘 고른 시는 나희덕 시인의 「물소리를 듣다」이다.


이 시에서 가장 먼저 걸린 문장이 있다.



담이 걸린 것처럼 /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이 문장 앞에서 잠깐 멈췄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걸렸다.


시는 싸운 밤의 부부 이야기다. 등 돌리고 누운 두 사람. 그가 먼저 말을 꺼낸다.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창밖으로 풍경이 지나갔다. 시집을 덮었다가 다시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