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숑로제 Oct 25. 2021

정의 수호자

2021.10.25.




  

주말에 시댁 농장에 갔다.

아버님이 일년동안 키운 벼 수확을 여적 못하고 있다.

어머님은 발을 동동 구르셨다.


수확하는 기계를 가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워낙 바빠서 차례가 좀처럼 안 온다고 했다.


그 사람은 오늘 온다고 했다가도 안 오고.

내일 온다고 했다가도 안 오고.

지금 가는 중이라고 했다가도 안 온다고 한다. 그러기를 2주째.

(이유가 뭔고 하니 오다가 누가 일을 해달라고 하면 중간에 잡혀서 한다고 한다.)


시골 일이란게 뭐 그렇겠지.

스케줄러에 꼼꼼히 써가면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근데 나는 저런 상황이 정말 싫다.

된다 된다 하다가 안되있고.

할 수 있다고 해놓고 안 하고 .

바로 된다고 하고선 아무것도 안 되있는 상황.


위법과 위약의 사이 경계에 있는 

불쾌하지만 막 나만 열내며 화내기는 좀 애매한 상황.


그런 일이 뭐 흔하냐고? 살아보니 참 많다. 

어쩌면 세상에 약속대로 되는 경우보다 

그냥 흩어지는 말들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 직업에 애착이 더더욱 생긴다.

정의가 살아 숨쉬는 

나의 산소 호흡기.

바로 1학년 2반! (네, 올해 1학년입니다)


이 곳에서 나는 매일매일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있다.


선생님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을 밤. 



+

받아쓰기 숙제 해온거 

교사수첩에다 매일 똥그라미 쳐가며 체크합니다.


틀린거 2번씩 써온 것도 체크해야 되서 

받아쓰기 점수도 깨알같이 다 적어놓습니다.


숙제 안하면 아주 아작이 난다는 것을 실감한 

1학년 꼬맹이 녀석들은 요즘 숙제100%를 

매주 달성하고 있습죠. 




 

매거진의 이전글 거기에 멈춰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