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3.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와 더욱 가깝게 느껴지던 때가 있긴 했다.
나에게 그런 엄청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만큼
내가 그리도 믿음직스러운가 하고 은근 우쭐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뭔가를 농밀하게 공유해야
그 관계가 더 견고해진다고 믿었다.
마치 어릴 적 여고생들이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하고 속삭였던 것처럼,
너는 나의 비밀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권한을 수여하는 것처럼,
자신의 사생활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 스타일들은 무척 부담스럽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나의 영역도 서슴없이 침범한다.
이건 뭐 나도 벗어 알몸을 보여주었으니 너도 보여달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내 '시간'을 침범했을 때다.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워낙 소심한 성격 탓이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무척 사교적인 사람으로 보일 때도 있는데
그건 사실 어색함을 못 이겨서 말도 안 되는 유머를 한다던가 해서이다.
요즘 혼밥이 유행하지만 나는 일찌감치 혼밥을 일삼았었다.
게다가 아이 둘을 낳고 휴직 기간 동안
사랑에 겨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다 보니
더욱 혼자 있는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시간을 침범했을 때엔 어디론가 숨고 싶다.
같은 방향으로 가기는 하지만 동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또 하나의 '일'이다.
퇴근길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거나
책을 보거나
그냥 멍을 때리고 싶다.
20대엔 그런 마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맞춰주곤 했다.
하지만 이젠 좀 솔직하게 했다.
오늘 적당한 핑계를 대고 완곡히 거절을 했다.
그분은 좀 서운했을진 모르겠다.
상대방의 기분보다 내 기분을 먼저 헤아리는 것.
참 당연한 소리지만 그동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한결 편하고 가벼웠다.